열악한 마약 중독 치료 인프라··· “전문적인 종합 연구기관 필요”

김태훈 기자
경남경찰청이 지난 7일 마약류 유통책으로부터 압수한 마약류 증거품을 공개하고 있다. 경남경찰청 제공

경남경찰청이 지난 7일 마약류 유통책으로부터 압수한 마약류 증거품을 공개하고 있다. 경남경찰청 제공

코로나19 유행 이후 마약류 사범이 증가했지만 치료보호 건수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의 열악한 마약류 중독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치료법을 도입하고 관련 연구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서정숙,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과 김민석,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마약류 중독 치료연구 활성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최근 유명인을 비롯, 손쉽게 마약류를 입수해 중독에 빠지는 마약류 사범이 급증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효과적인 마약류 중독 치료법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선 중독 치료를 피하는 의료환경의 문제까지 겹쳐 있어 더욱 적극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첫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조성남 국립법무병원 원장은 해마다 검거되는 마약류 사범은 늘고 있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한 법적 치료·재활 조치는 상응해 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만6044명이었던 마약류 사범 검거인원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접촉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2020년 1만8050명, 2021년 1만6153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역대 가장 많은 마약류 사범이 검거된 2020~2021년 두 해 동안 치료보호를 받은 인원은 각각 143명, 280명에 불과해 2017년(330명)보다도 줄었다.

의료현장에서는 마약류 등 약물에 의존하는 환자에게 주로 중독의 후유증인 불면·불안·우울 등에 대해 치료를 한다. 하지만 이들 질환의 특성상 의사와 의료기관에 돌아오는 보상이 낮아 전문 의료기관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조 원장은 “마약류 중독자는 일반 정신질환자보다 10배 이상 큰 노력이 필요하다”며 “치료비 지원만으로는 병원에 이득이 없고, 중독자가 문제를 일으키면 다른 환자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마약류에 중독됐다가 약물 투여를 중단하면 나타나는 극심한 갈망감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방법도 나왔다. 장진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고집적 초음파수술을 통해 뇌에서 중독 질환과 밀접하게 연관된 측좌핵 부위를 치료하는 수술법을 소개했다. 장 교수는 “측좌핵을 신경외과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의 가능성은 전부터 확인돼 왔지만 그동안 나온 치료법이 수술 부작용 등의 문제로 보편화하지 못했다”며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은 안정성이 확보됐고 반복적 치료가 가능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국의 심각한 마약류 중독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1970년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미국이 1974년 설립한 국립약물중독연구소(NIDA)를 모델로 삼아 국내에도 전문 연구기관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옥진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NIDA는 연구를 통해 중독이 예방과 치료, 회복이 가능한 만성적인 뇌 질환이라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며 “새로운 약물 사용 추세를 모니터링하고, 약물이 뇌의 세포와 회로에 미치는 영향과 중독이 발생하는 방식 등을 연구하는 전문 기관이 국내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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