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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뺑이만 2만보”“주말 롯데월드냐”···동원예비군 리오프닝에 ‘헬’읽음

이홍근 기자

4년 만에 정상화 일부 훈련장에 몰려

교육장 대기 상황 공유 안 돼 ‘헛걸음’

시간내 과목 이수 못 해 재입소 ‘혼란’

군 “입소율 30%로 맞춰 문제 발생”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향신문 자료사진

코로나19로 축소됐던 동원예비군 훈련이 4년 만에 정상화한 가운데 일부 훈련장에 예상보다 많은 예비군이 몰려 일부가 훈련을 받지 못하고 퇴소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원칙적으로 시간 내 훈련 과목을 모두 이수하지 못한 예비군은 불합격 처리돼 재입소해야 한다. 현장에선 이를 놓고 교관과 예비군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2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경기도 소재 한 예비군 훈련장은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수도권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동원예비군훈련을 진행했다. 훈련 대상자 중 1~4년차 예비군들은 2박3일 훈련을 받거나 8시간씩 4일에 걸쳐 32시간 훈련을 받을 예정이었다. 훈련 과목은 시가지전투, 야지전투, 화생방 훈련 등 6개 과목으로 편성됐다.

그러나 첫날부터 군이 예측한 예비군 입소 인원보다 훨씬 많은 예비군들이 훈련장에 모이면서 혼란이 빚어졌다. 4년차 예비군 A씨는 “어느 과목 교육장에 가도 대기하고 있는 조가 10개조 이상이었다”면서 “한 과목을 수료하는 데만 2시간씩 걸렸다”고 말했다. 이날 훈련장에서 예상한 최대 입소 인원은 921명이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400명 많은 1363명이 입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소집 대상자의 30~40% 정도가 훈련에 참여하는데, 이번에는 응소율이 60%를 넘은 것이다.

이 때문에 퇴소 시간을 넘어서까지 정해진 과목을 다 수료하지 못하는 상황도 다수 발생했다. 원칙적으로 예비군은 그날 정해진 6과목을 모두 수료해야만 8시간의 훈련 이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만약 8시간을 이수하지 않으면 다시 훈련장에 입소해야 한다. 한 예비군은 이날 교관에게 “제시간에 입소해 계속 기다렸는데 훈련을 다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항의했다. 이에 교관은 “방법을 알아보겠다”고 했다.

훈련 과목 교육장별로 대기 상황이 공유되지 않아 수십 번씩 헛걸음하는 일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이번에 처음 예비군 훈련에 참여했다는 직장인 B씨는 “사람이 꽉 찼다며 교육장끼리 예비군들을 떠넘겨 훈련장을 뺑뺑 돌기만 했다”면서 “휴대전화를 보니 2만보가 찍혀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말 롯데월드보다 더한 것 같다”고 했다.

결국 해당 훈련장은 15일부터 필수 훈련을 간소화해 대기 시간을 줄였다. 예를 들어 전술훈련을 수료하려면 영상교육 시청 후 모의 전술을 짜고, 철조망을 넘어 수류탄을 던져야 하나 이 중 모의전술 과정과 수류탄 투척 과정을 생략하는 식이었다. 예비군 이모씨(27)는 “이렇게 날림으로 훈련을 할 거면 뭐하러 먼 곳까지 부르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했다.

군은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예비군 훈련이 정상화한 만큼 입소 인원을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해당 훈련장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전 3개년 평균 입소율을 보면 평균 30% 정도”라며 “이를 기준으로 훈련을 준비하다 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시간상 훈련을 다 받지 못하고 퇴소한 예비군이 이로 인해 재입소하는 일은 없게 처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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