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기능올림픽 7연패…한국 장애인들의 ‘꺾이지 않는 열정’

조해람 기자
지난 22일(현지시간) 프랑스 메스 시의 아레나 메스 열린 제10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이 태극기를 흔들며 입장하고 있다. 장애인고용공단 제공

지난 22일(현지시간) 프랑스 메스 시의 아레나 메스 열린 제10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이 태극기를 흔들며 입장하고 있다. 장애인고용공단 제공

고재청씨(50)는 어린 시절 손가락을 다쳐 지체장애인이 됐다. 손이 불편했지만 컴퓨터에 관한 관심은 꺾이지 않았다. 컴퓨터 관련 학과를 졸업한 뒤 컴퓨터 수리 등 경력을 차근차근 쌓았다. 25년을 일하며 업계 ‘베테랑’이 됐을 때, 고씨는 국내 장애인들이 기술 능력을 겨루는 ‘장애인기능경기대회’를 알았다.

2016년 도전한 대회에서 고씨는 메달권에도 들지 못했다. 고씨는 좌절 대신 자신을 더 갈고닦는 길을 택했다. 고씨는 5번의 출전 끝에 2021년 전국대회에서 금상을 타고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이어 2023년 3월 프랑스에서 열린 ‘제10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컴퓨터 수리 종목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한국 장애인 국가대표단이 22일(현지시간)부터 25일까지 프랑스 메스에서 열린 ‘제10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7연패이자 통산 8번째 우승이다.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는 UN이 정한 ‘세계 장애인의 해’인 1981년 도쿄에서 시작해 4년마다 열린다. 전 세계 장애인 직업인들이 한데 모여 가구제작·귀금속공예·목공예·용접부터 제과제빵·케이크장식·미용·네일아트, 컴퓨터 수리·프로그래밍·정보통신·전자출판·전자기기 등 다양한 직종의 기술 능력을 겨룬다.

올해 열린 10번째 대회에는 27개국 420명의 선수가 참여해 44개 직종에서 실력을 뽐냈다. 한국은 34개 직종에 34명이 참여했다.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1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9개로 우승했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IT분야(컴퓨터수리, 프로그래밍, 데이터 처리 등)에서 10개 직종 중 8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목공예’ 부문에서는 4회 대회부터 계속 금메달을 따고 있다.

네일아트 부문 금메달리스트인 김지혜씨(32·청각장애)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올림픽을 준비했다. 김씨는 “가족들과 지도위원님들, 한국농인네일협회에서도 응원해주셔서 힘이 났고 너무 감사하다”며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창업할 계획”이라고 했다.

제10회 프랑스 메스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한 고성아(40·왼쪽)·김지혜(32) 선수가 21일(현지시간) 메스 숙소에서 적응훈련을 마치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장애인고용공단 제공.

제10회 프랑스 메스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한 고성아(40·왼쪽)·김지혜(32) 선수가 21일(현지시간) 메스 숙소에서 적응훈련을 마치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장애인고용공단 제공.

시각디자인 금메달리스트 고성아씨(40·청각장애)는 “나에게 주어진 기회가 소중하다는 것을 느낀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싶다. 대회가 끝난 후에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 팀닥터인 김중연 주치의. 장애인고용공단 제공.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 팀닥터인 김중연 주치의. 장애인고용공단 제공.

선수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주치의(팀닥터)도 장애인이었다. 2세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한 김중연씨(57)는 2002년부터 팀닥터를 맡아왔다. 김씨는 “대회 때마다 느끼지만 선수들의 표정과 마음이 항상 밝다”며 “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일하며 많은 시련과 실패를 겪었을 텐데, 그것을 이기고 한 분야의 장인이 된 선수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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