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재승인 의혹’ 한상혁 방통위원장 구속영장 기각···‘표적수사’ 비판 거세질 듯읽음

김세훈 기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TV조선 재승인 점수조작’ 의혹을 받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62)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한 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현직 최고위급 인사다. 검찰이 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를 찍어내기 위해 무리하게 ‘표적 수사’를 벌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북부지법 이창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9일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튿날 0시5분쯤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박경섭 부장검사)는 지난 24일 위계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 위원장은 재승인 심사 당시 측근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고, TV조선의 재승인 점수가 조작된 것을 알고도 다른 상임위원들에게 알리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TV조선의 재승인 기간이 4년까지 가능함에도 3년만 부여하도록 지시한 혐의, 심사조작 논란이 불거지자 이를 부인하는 허위 공문서를 배포한 혐의도 있다.

한 위원장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면서 “점수 수정 지시는 영장에 포함되지도 않았고 수정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취지에 대해서도 부인한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심사위원 위촉 당시 적법 절차를 거쳤으며 심사위원 한 명이 회의에 불참해 불가피하게 같은 단체 소속 심사위원을 위촉했다고 했다. 또 “점수 조작에 대한 사안을 보고를 받은 바 없으며 당시 심사과정이 정당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았다”고 했다. TV조선의 승인 기간 부여 역시 방통위 전체회의 토론을 거친 것이어서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해명 보도자료의 내용은 허위가 아니라고도 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한 위원장의 이같은 소명을 상당부분 받아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검찰은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한 위원장은 여권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한 위원장과 전현희 권익위원장을 겨냥해 “(굳이 국무회의에) 올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전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들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정 철학이 다르면 물러나야 하지 않느냐”며 한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종용했다. 올 1월에는 국무조정실이 이례적으로 직접 방통위를 감사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방통위를 대상으로 한 모든 감사, 감찰 등이 위원장의 중도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즉시 중단되어야 할 부당한 행위”라고 반발했다. 지난 22일 검찰에 출석하면서는 “임기를 지키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 위원장이 오는 7월까지인 임기를 끝까지 채우려 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감사원의 감사와 이를 이어받은 검찰의 수사가 ‘방통위원장이 정권이 바뀌었으면서도 물러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압박이었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임기가 보장된 방통위원장을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다고 지나치게 흔들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의 ‘언론 길들이기’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수정 한국정보학회 총무이사는 “여권에서는 방통위원장을 흔들면서 KBS, MBC, YTN 등에 간섭하려고 해왔는데 영장 기각으로 이러한 시도에 제동이 걸렸다”며 “한 위원장의 후임으로 검찰 출신을 임명하려는 움직임도 잦아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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