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80시간 마루 깔다 숨졌다…무면허 불법하도급 근절해야”

권리찾기유니온 마루지부 조합원들이 11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전국 아파트 마루시공 불법하도급 명단발표와 폐지투쟁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밥을 먹을 때마다 생각납니다. 객지에서 혼자 외롭게 죽었다는 소리에 지금도 가슴이 아픕니다. 지금은 옆에 없지만 제 마음속에는 항상…있습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마루시공 노동자 박재영씨는 마이크를 잡고 숨진 동료를 추모했다. 박씨의 동료 A씨는 지난달 21일 대구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동료들은 A씨가 숨지기 4달 전부터 휴일도 없이 주 80시간을 넘게 일했다고 했다.

마루시공 노동자들이 마루시공 업계에 불법 하도급과 근로기준법 회피 ‘꼼수’가 만연해 있다며 정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권리찾기유니온 마루지부는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파렴치한 위장과 조작이 판치는 이 마루판을 뒤집겠다”고 했다.

마루시공의 하도급구조는 건설사가 마루 제작·시공업체에 하청을 주고, 이들이 다시 무면허 하도급업체나 또 다른 개인사업자 현장소장(관리자)에게 재하도급을 주는 형태다. 무면허 업체가 현장에서 인력을 사용하면 불법이지만, 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불법하도급을 악용하고 있다고 마루지부는 밝혔다.

특히 무면허업체는 고용보험을 등록하면 불법이 적발되기 때문에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위장해 등록하는 ‘가짜 3.3’ 계약을 주로 이용한다.‘3.3’은 개인사업자가 내는 사업소득세율 ‘3.3%’를 의미한다. 마루지부는 이날 노동자들을 ‘가짜 3.3’으로 신고한 무면허업체 20곳을 공개했다. 이 업체들은 포스코나 SK건설, DL건설, 현대건설 등 굵직한 대형건설사들의 현장을 담당하고 있었다.

마루지부는 이런 ‘가짜 3.3’ 계약을 맺은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의 여러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시간 규제가 없는 탓에 ‘주 80시간’의 만성적 과로에 시달리고, 임금체납부터 쉬운 해고까지 만연하다는 것이다.

최우영 마루지부장은 “불법하도급이 만연한데도 노동부와 국토부가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 조사하기로 했다”며 이후 불법하도급명단 2차 발표를 하겠다고 했다. 마루지부는 오는 30일까지 업체들에 개선 기회를 준 뒤 따르지 않으면 행정·사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했다.

불법하도급 마루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