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중대재해법 개정 개악”…서울 도심 ‘노동자 6만명’ 뭉쳤다읽음

윤기은 기자    전지현 기자
노동절인 1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세계노동절대회가 열리고 있다. 권도현 기자

노동절인 1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세계노동절대회가 열리고 있다. 권도현 기자

세계 노동절 133주년을 맞은 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단결 투쟁’이라고 적힌 빨간색 머리띠를 두른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심판’ ‘가자 총파업’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노조탄압 자행하는 윤석열 정권 심판하자”고 외쳤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시 세종대로에서 ‘2022년 세계노동절 대회’를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후 첫 노동절 집회이자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뒤 처음으로 열린 대규모 노동절 집회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동화면세점 앞부터 대한문까지 세종대로 8개 차선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 1년은 굴욕 외교에 의한 외교 참사, 경제와 민생파탄, 검찰공화국을 통한 공포정치를 통한 노동탄압의 1년”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과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시도를 비판하고,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노란봉투법),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촉구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압수수색은 일상이 됐고, 건설노동자들의 구속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민주노총에는 ‘불법 비리’, ‘폭력 간첩’ 등 온갖 낙인을 찍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불평등, 양극화 해결의 첫걸음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노동시간은 줄이고, 임금은 올려야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며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을 통해 노조할 권리와 함께 산별교섭 및 단체협약 효력 범위 확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인석 금속노조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윤 정권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 불법파업, 손해배상 등을 언급하고, 노조법 3조 개정을 무력화 하는 등 칼날을 들고 나왔다”며 “조선하청노동자의 손을 다시 잡아달라.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꾼다”고 했다.

자신을 ‘특고 노동자’이자 ‘재활 노동자’라고 소개한 박완규 민주일반연맹 부위원장은 “재활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못받고 있으며, 퇴직금도 법적 투쟁을 해야 겨우 받을 수 있다”면서 “노조법 2·3조 개정이 시급하다”고 했다.

본집회를 마친 민주노총은 세종대로에서 종로구 헌법재판소, 용산구 대통령실,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등 세 방향으로 갈라져 행진했다. 경찰은 오후 5시쯤 용산구 삼각지 파출소 앞에서 안전펜스를 손괴하고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민주노총 조합원 4명을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범행에 적극 가담한 다른 조합원들에 대해서도 채증사진 판독 등을 통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계노동자의 날인 1일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2023 세계노동자의날 집회를 가진 뒤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세계노동자의 날인 1일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2023 세계노동자의날 집회를 가진 뒤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한국노총도 같은 시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권은 공권력을 동원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과 화물연대 파업에 강압대응하고, 올해 건설노동자를 ‘폭력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현 정부의 유일한 노동정책은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조장과 여기에 기초한 노조 때리기와 노조 배제뿐으로, 사회적 대화는 실종됐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도심 곳곳에 모인 양대노총 노동자를 5만5000여명으로 추산했다. 앞서 경찰은 이날 노동절 집회에 전국에서 14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보고 170개 경찰부대를 집회 인근 현장에 배치했다. 집회가 열리는 동안 세종대로(광화문교차로부터 세종교차로)와 여의대로(여의도공원앞 교차로부터 마포대교사거리 교차로) 일대의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가변차로를 운영했다.

1일 영세·미조직노동자 노조 ‘권리찾기유니온’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모두의 권리 근로기준법 입법 캠페인’ 을 진행하고 있다. 전지현 기자

1일 영세·미조직노동자 노조 ‘권리찾기유니온’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모두의 권리 근로기준법 입법 캠페인’ 을 진행하고 있다. 전지현 기자

양대노총에 포함되지 않은 영세·미조직노동자 노조 ‘권리찾기유니온’도 중구 서울광장에서 ‘모두의 권리 근로기준법 입법 캠페인’을 벌였다. 133주년 노동절을 기념하는 뜻에서 오후 1시33분 시작된 행사에는 50여명의 노동자들이 모였다. 종이상자로 만든 임시 조형물에는 “5인 미만 사업장 규모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보장” 등 글씨가 적혀 있었다.

최우영 한국마루노동조합 위원장은 “사측에서 입맛에 따라 노동자를 일용소득자나 사업자로 적용해 같은 일을 해도 근무 형태가 다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52시간을 꽉 채워도 벌이가 충분치 않으니 사측의 사업자 신고 요구를 받아들여 더 일하고, 과로하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구식 대한물리치료사협회 경기도회장은 “병원급이 아닌 개인 의원은 5인 미만 사업장이 대부분”이라며 “근로기준법 적용을 못받으면서 일하는, 숨어서 목소리 내지 못하는 물리치료사를 대변에 현장에 나왔다”고 했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도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공무원 노동자의 노동절 휴일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의 노동할 권리를 요구한다”며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2주년 장애인 노동절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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