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합의 부족’ ‘차별적 행정’…인권위가 매긴 윤석열 정부 1년 인권 성적표

강은 기자
전국민중행동, 민주노총,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등의 시민사회노동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1월3일 대통령 집무실 부근인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이태원 참사 시민사회 여론동향 문건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창길기자

전국민중행동, 민주노총,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등의 시민사회노동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1월3일 대통령 집무실 부근인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이태원 참사 시민사회 여론동향 문건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창길기자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반드시 달라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번 이태원 참사를 통해 한국 사회의 재난안전관리와 예방 체계, 국민 안전을 대하는 국가 지도층의 책임 의식에 근본적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됐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국가인권위원회가 9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450쪽 분량의 ‘2022년 인권상황보고서’를 발표했다. 인권위가 매긴 윤석열 정부 1년의 ‘인권성적표’인 셈이다. 인권위는 이 보고서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재난·참사 상황에서 인권침해 우려, 피해자 회복의 장기화,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혐오와 차별 등의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면서 “지난해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서도 재난·참사의 예방, 발생과 수습, 진상조사와 회복 등 각 단계에서 여러 문제점 드러났다. 모든 과정에 상당한 아쉬움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인권위는 정부가 ‘예견된 위험’에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또 “유가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에 대한 상응한 조치, 재발방지대책 수립 등 필요한 조치는 신속히 요구된다”면서 “전 과정에서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 참여를 보장하고 충분히 설명하는 것, 참사 피해자를 위한 적절한 심리적 지원과 배상·보상도 중요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용산 집회 금지, 화물차 파업, 여성가족부 폐지 등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년간 논란이 된 각종 인권 문제도 다뤘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된 후 인근에서 집회·시위가 금지된 것과 관련해선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2020년 집시법 11조가 개정됐으나 (국회, 법원 등 인근에서 집회가 금지되는 조항의) 허용 요건이 모호하게 규정돼 경찰 판단에 맡겨져 있다”면서 “국회가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를 금지하는 것이 최소 침해적인 제한인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보다는 ‘여야 합의’만 통해 집회금지구역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고 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때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을 두고는 ‘노동을 강제당하지 않을 권리’의 중요성을 환기했다. 인권위는 “국가의 명령에 따른 강제노역의 헌법적 의미와 (강제노역이) 어떤 경우에 허용될 수 있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노동을 강제당하지 않을 권리는 매우 중요하고 이를 제한하고자 하면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도록 엄격한 요건을 둬야 한다”고 했다. 화물운송 분야 종사자가 장시간 노동 등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여가부 폐지 논란을 두고는 성평등 정책을 시행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권위는 “여가부의 본질적 기능은 관행적이고 구조화된 성차별 문제를 드러내고 해소하기 위해 성평등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여가부라는 정부 부처의 위상이나 해체 그 자체보다는 안정적으로 여성 인권과 성평등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체계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가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해선 처벌뿐만 아니라 ‘치료’의 관점도 필요하다고 했다. 인권위는 “정부는 마약류 범죄는 수사와 처벌만으로는 근절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공급 차단, 수사와 단속 위주의 대책을 제시하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면서 “마약류 범죄가 일반 형사사건과 다른, 뇌질환에 기인한 병리적 현상이라는 시각으로 치료에 중점을 둔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권위는 퀴어문화축제를 둘러싼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차별적 행정’도 비판했다. 인권위는 “퀴어축제 등 성소수자 문화행사는 소수자가 스스로 드러내기 어려운 사회적 환경에도 타인과 함께 의견을 교환하는 기본적 권리 실현 수단이라는 의의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축제의 주체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그들이 하는 행위 또는 표현이 음란·퇴폐성을 띤다고 단정하는 것은 사회적 편견에 기초한다는 의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 3일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다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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