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생활용품 돌려쓰며 탄소 2만㎏ 줄여”

글·사진 김보미 기자

옷걸이·쇼핑백·비닐봉지 등

동네 가게서 회수해 재활용

서초구 ‘제로샵’ 시행 3년

“소나무 3000그루 심은 효과”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양재2동 주민이 세탁소에 옷걸이를 전달하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양재2동 주민이 세탁소에 옷걸이를 전달하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양재2동에 사는 이난희씨가 동네 세탁소인 동광크리닉에 옷걸이 10여개를 들고 찾아왔다. 대형 세탁 프랜차이즈에서 제공하는 얇은 철사 옷걸이는 재활용되지 않아 고철류로 분리해 배출하거나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하지만 흰색 비닐 코팅 처리된 두꺼운 제품은 이 동네 세탁소에서 수거해 사용한다. 이씨는 “깨끗한 옷을 한 번 걸어뒀을 뿐인 옷걸이가 집에 쌓이는데 버리지 않고 활용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세탁소 사장 김영철씨는 “옷걸이를 사려면 개당 100원인데 회수된 만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주민들이 모아온 것 가운데 선별해 사용 중”이라고 말했다. 400개들이 옷걸이 한 상자를 사면 1~2개월을 쓰는데 절반 정도는 주민들에게 수거한 제품으로 대체하고 있다.

옆 골목 정육점 더존한우마을에는 주민들이 모아서 가져온 아이스팩 200여개가 창고에 쌓여 있다. 옷걸이와 마찬가지로 주민들이 가져다준 것이다. 고기를 포장하거나 택배 배달할 때 씻어서 다시 쓴다. 사장 오설화씨는 “여름휴가철이면 월 150개 이상을 쓴다. 100개 한 상자에 2만원 가까이 하는 비용을 아끼는 것”이라며 “아이들에게도 자원 순환을 교육할 수 있는 동네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서초구에는 이같이 이웃과 자원을 돌려쓰는 상점인 ‘탄소 제로샵’이 곳곳에 있다. 문 앞에 붙은 스티커로 확인할 수 있는 ‘제로샵’ 수거 품목은 옷걸이, 비닐봉지, 쇼핑백, 아이스팩, 커피 트레이 등 5개다. 옷걸이는 세탁소에서, 아이스팩은 정육점에서, 커피 트레이는 카페에서 쓴다. 문구점·음식점·약국·반찬가게 등은 종이나 비닐로 된 가방을 받아 다시 쓴다.

2021년 양재2동과 방배4동 등 3개 동 50곳 점포에서 시작된 ‘제로샵’은 현재 서초구 7개 동, 가게 300곳으로 늘었다. 지난해 회수된 5개 품목은 총 14만2257개로 재활용 효과를 탄소배출량으로 환산하면 이산화탄소 약 2만㎏을 감축했다고 서초구는 설명했다. 30년생 소나무 약 3000그루를 심은 셈이다. 올해 말이면 10개 동에서 상점 400곳이 참여할 전망이다.

3년 만에 재활용 선순환 구조가 정착한 것은 지역 자생 공동체인 푸른서초환경실천단과 주민들이 나서 동네에 맞는 방식을 발굴했기 때문이다. 양재2동 실천단장 이순화씨는 “아파트가 없고 빌라 중심인 거주지 특성을 염두에 둔 자원 순환법을 고민하다 ‘제로샵’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천단이 활동을 시작하기 전 상점마다 참여 의사와 원하는 품목을 조사해 맞춤형으로 물건이 전달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도 선순환율을 높였다고 한다.

서초구는 ‘제로샵’ 가게 위치와 수거 품목을 주민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구청 홈페이지에 지도 서비스를 구축해 활성화를 돕고 있다. 서초구는 ‘제로샵’ 등으로 세계 4대 국제환경상(그린애플어워즈)을 3년 연속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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