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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누웠던 데 누워보라”···내부고발 했더니 3년째 ‘입막음’ 에이스침대읽음

이홍근 기자

내부 성희롱·폭언·임금체불 제보자

출근 이틀 만에 해고 “본사의 압력”

제품 가습기살균제 성분 폭로건엔

에이스침대 측, 억대 손배소송 걸어

에이스침대. 홈페이지 갈무리

에이스침대. 홈페이지 갈무리

에이스침대가 내부 성희롱·폭언·임금체불 문제를 대내외적으로 제보한 대리점 직원을 출근 이틀 만에 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직원이 에이스침대 ‘마이크로가드 에코’에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들어있다고 폭로하자 에이스침대는 최근 이 직원에 대해 억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에이스침대 전 직원 A씨는 2021년 10월 자신이 일하던 대리점 점주 B씨가 고객을 상대로 욕설과 성희롱을 일삼는다는 사실을 본사에 알렸다. B씨가 고객들 뒤에 대고 “X같은 X 취소할 거면 왜 사고 XX이야” “X같은 것들이 샀다 바꿨다 XX”이라고 수차례 욕설을 하자 이를 녹취해 본사에 신고한 것이다.

A씨가 에이스침대가 입점한 백화점 등에도 이 같은 사실을 알리자 본사 측은 직원을 보내 B씨와 합의할 것을 종용했다. B씨의 발언을 외부로 유출하지 않는 대신 B씨가 합의금 1000만원을 지급한다는 조건이었다. B씨는 A씨의 임금 일부를 미지급하기도 했는데, 이 사실도 발설 금지 조항에 포함됐다.

A씨는 몇 달 뒤인 2022년 3월 스카웃 제의를 받아 다른 대리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A씨는 출근 이틀 만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 본사에서 채용금지 통보가 왔다고 했다. A씨는 “2주 동안 같이 일해달라고 해서 지원했는데 채용 확정 바로 다음 날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이유를 물어보니 본사의 지시라는 답변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압력에 의한 부당해고가 명백하다”고 했다.

해고 이후 A씨는 에이스침대 측의 부당해고와 B씨의 욕설 사실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폭로했다. 그러자 B씨와 에이스침대 본사 측의 법적 대응이 이어졌다. A씨는 지난달 22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70만원을 명령받았다. 법원은 B씨의 욕설이 사실이라고 봤지만 에이스침대는 B씨를 징계하지 않았다. B씨는 현재도 매장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A씨는 “에이스침대 내부 시스템에도 여러 문제를 제보해봤는데 바뀐 게 없어 외부에 폭로하게 됐다”고 했다. A씨는 2018년 첫 입사 당시 공장 견학 과정에서 C 부사장의 성희롱 발언을 본사에 신고했다. A씨에 따르면 C 부사장은 “에이스 침대에서 성관계를 하면 4번 중 3번은 공짜다” “배우 이정재씨의 채취가 남아있으니 여직원들은 한번 누워보라”는 식의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A씨는 이 사실을 본사 측에 알렸으나 본사는 “녹취 등 증거가 없다”며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A씨는 에이스침대에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포함돼 있다고 환경부에 신고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에이스침대의 침대 전용 방충·항균·항곰팡이 케어 제품인 ‘마이크로가드 에코’에 가습기살균제 성분으로 알려진 염화알킬디메틸에틸벤질암모늄, 염화알킬벤질디메틸암모늄이 들어있는데, 이를 안전하다고 홍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내용이다. 환경부는 A씨 민원을 바탕으로 에이스침대에 행정지도를 내린 상태다. A씨가 이 사실을 온라인에 폭로하자 에이스침대는 A씨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에이스침대 측은 “B씨에 대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한데 어떠한 증거도 제출받지 못해 조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A씨를 부당 해고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리점주의 문의에 A씨가 B씨와 법적 분쟁 중에 있다는 단순 사실을 전달했을 뿐 압력은 없었다”면서 “A씨는 분쟁 중에도 대리점에서 근무 중이었는데, 본사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취업제한 조치를 했다면 근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A씨의 가습기 살균제 성분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법원이 A씨가 온라인에 관련 게시물을 올리는 것에 대해 작성금지 가처분을 인용한 상태”라며 “화학물질 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이 마치 위험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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