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퀴어문화축제

“오세훈 시장님, 보고 계신가요?”

서울광장 사용 불허한 서울시 향해 비판

‘성소수자 축복 기도’ 이동환 목사 등 연대

‘서울시 차별행정에 분노하는 인권시민종교사회단체’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 관계자와 2023 서울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1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소수자 배제, 서울시의 차별행정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차별행정에 분노하는 인권시민종교사회단체’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 관계자와 2023 서울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1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소수자 배제, 서울시의 차별행정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광장을 불허해도 우리는 을지로에서 퀴퍼한다! 너희는 우리를 막을 수 없다! 혐오와 차별을 이 더위로 태워버립시다!”

함성과 함께 찢어진 종잇조각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서울시가 서울퀴어퍼레이드 주최 측에 보낸 서울광장 사용 불허통지서였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가 1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진행한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 환영 무대는 광장 사용을 불허한 서울시에 대한 비판 목소리와 함께 성소수자 축제에 연대하는 이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퀴어문화축제는 온라인 행사를 한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 2015년부터 매년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그러나 올해는 서울시의 불허 결정으로 다른 장소에서 개최하게 됐다. 이날 서울광장에서는 기독교단체인 CTS문화재단이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가 열렸다.

연대발언에 나선 정혜실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공동대표는 “왜 축제조차 투쟁의 현장이 되어야 하느냐”며 “우리는 모두 시민이다. 인종이나 피부색, 장애 유무, 학력, 출신 지역, 출신 국가, 성별 정체성이나 성적지향과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이 땅에 사는 동료 시민”이라며 서울시를 비판했다. 현주 서울퀴어퍼레이드 집행위원장은 “서울시가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다면, 우리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서울퀴어퍼레이드 개최를 통해 불허한다”고 외쳤다.

1일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출처 트위터 @sekdosibal

1일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출처 트위터 @sekdosibal

민규 경남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올 한해는 우리의 목소리를 낸다는 게 정말 힘든 것 같다. 이제는 지자체까지 우리를 억압하려는 모습이 개탄스럽다”며 “지난번 개최된 대구문화축제에서도 홍준표 시장은 끝까지 경찰이 시민을 보호하지 않고 불법 점거시위를 하는 자를 보호했다는 막말을 했다”라고 했다. 그는 “성소수자들을 시민으로도 생각하지 않는 듯한 홍 시장의 차별적 발언에 어이가 없고, 서울시의 오세훈 시장도 다를 바 없다”라고 비판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이동환 목사도 무대에 올라 “우리가 늘 모이던 서울광장이 아닌 을지로에서 모이게 됐다”며 “기독교 혐오세력과 오세훈 시장의 합작품이다. 한 명의 개신교인으로서, 또 목사로서 너무도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서울광장에 모인 이들은 자신들이 거룩한 방파자가 되어 우리를 밀어냈다고 득의양양해 한다고 한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가 밀려났습니까?”라며 “아니다. 진짜 사랑은 여기에 있다”고 외쳤다.

이 목사는 지난 2월 별세한 임보라 목사에 대한 추모의 시간을 청한 뒤 “우리는 더욱더 깊어졌고 강해졌으며, 그것은 제가 믿는 바 하나님의 나라와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2019년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향한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교단에서 징계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정직 2년의 징계를 받고 지난해 10월 복직한 이 목사는 지난 3월 추가 고발을 당했다.

1일 오후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을지로에 모인 참석자들은 “그럼에도 사랑”을 외쳤다. 양선우(홀릭)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은 “올해 서울퀴어퍼레이드 열기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안전하고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여기 있는 여러분 덕분”이라며 “광장은 아니지만, 이 곳에서 집회신고를 하기 위해 3개의 경찰서에서 64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자리를 지켜줬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그러면서 “올해의 슬로건이 뭔지 아시나. ‘피어나라, 퀴어나라’이다. 우리 삶이 피어나기를, 여러분의 웃음이 피어나기를, 우리의 형편이 나아지기를 주문을 외우는 기분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국가기관으로 유일하게 축제에 참가한 국가인권위원회 염형국 차별시정국장도 무대에 올라 연대 발언을 했다. 염 국장은 “인권위는 올해로 7년째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가 중”이라며 “국가기관으로 유일하게 축제에 참여하는 그 이유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염 국장은 “현재 우리 정부의 성수소자 정책은 딱히 없다”며 “성소수자 관련 어떤 정책도 찾을 수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희 인권위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국회에서 계류 중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인권위원회 관계자가 본무대에 올라 발언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환영무대가 끝난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는 을지로에서 삼일대로∼퇴계로∼명동역∼종로∼종각역 등을 지나는 도심 행진이 예정돼 있다. 조직위는 퍼레이드에 5만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1일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가자들이 부스를 오가며 축제를 즐기고 있다. 윤기은 기자

1일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가자들이 부스를 오가며 축제를 즐기고 있다. 윤기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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