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회원은 ‘두배’…헬스장 회원가입비에 붙는 ‘장애인 택스’

윤기은 기자
헬스장. 기사와 관계 없음. / 이준헌 기자

헬스장. 기사와 관계 없음. / 이준헌 기자

시각장애인이자 운동선수인 20대 여성 A씨는 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의 한 사설 헬스장을 찾아 1년치 회원가입을 문의했다. 헬스장 직원은 “적응 못하실 수도 있고, 다른 회원과 계실 때 불편하실 수 있다”며 “몸이 불편하신 분은 1개월 단위로만 가입할 수 있다”고 했다. 해당 헬스장은 12개월 가입하면 43만원에 1개월 무료 연장 혜택을 주지만 1개월씩 결제하면 월 6만원씩 내야 한다. A씨는 월 약 3만원 정도를 더 내야하는 것이다.

A씨가 헬스장 본점에 전화해 항의하자 “장애인 계약 단위와 관련된 규정은 따로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헬스장은 회원가입 시 ‘활동지원사 자격증 보유자 대동’ ‘운동 중 불가항력 피해 입을 시 법적 책임 묻지 않기’ 등 조건을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A씨는 다른 헬스장을 찾아 나섰다.

A씨는 30일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크게 받았다”며 “동행인을 데려오겠다는 서약서를 쓴다고 해도 조건이 달라지지 않았다. 장애인의 여가권, 건강권, 소비자권을 침해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사설 헬스장이 장애인은 할인 혜택에서 제외하거나 보조인의 이용료도 내야 한다는 가입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들의 ‘운동할 권리’를 빼앗는 것으로, 장애인 차별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각장애인 유경탁씨도(31) “비장애인이었다면 내지 않았을 요금”을 내도록 강요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유씨는 2021년 3월 은평구에 있는 사설 헬스장에 등록하려 했다. 헬스장 직원은 가입하려면 안전을 위해 장애인활동지원사를 반드시 대동해야 하고, 장애인활동지원사 요금까지 두배로 내야 한다고 했다.

유씨는 헬스장 측에 “활동지원사는 운동 안 할 거고, 도와주기만 할 것”이라며 따졌지만 헬스장 직원은 “어쨌든 출입하려면 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집 인근 다른 헬스장 두 곳은 아예 가입 자체를 거부했다. 결국 유씨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헬스장에 겨우 등록했다. 집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약 1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거리에 있는 곳이다.

유씨는 “다른 장애인 친구들도 헬스장이 장애인활동지원사 가입비 납부를 강요했다는 얘기를 종종 한다”며 “‘안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장애인의 운동할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설 헬스장에 갈 여건이 안 되는 장애인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복지관이나 체육시설로 갈 수 있지만, 그 수가 적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장애인 체육시설은 31곳, 헬스장 등 운동시설이 있는 장애인복지관은 263곳에 불과하다.

임한결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변호사는 장애인활동지원사의 가입비를 강요당한 유씨 사례의 경우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장애인을 형식상으로 제한·배제·분리·거부를 하진 않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기준을 적용해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 보조인에게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도 차별로 규정한다.

임 변호사는 “장애인에게 헬스장에 가는 것조차 큰 용기가 필요한데, 요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면 이들의 사회활동 참여 의욕이 위축되고 고립되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며 “복지 측면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공공 장애인체육관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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