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14일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스토킹을 당하다 숨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사건 1년이 돼 가는 지금도 여성 직장인에게 ‘안전한 일터’는 요원하다. 정부가 직장 내 성범죄에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노동법률단체 직장갑질119는 4일 서울 중구 신당역 앞에서 ‘신당역 살인사건 사건 1년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여성 노동자를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여전히 여성들은 일터에서 젠더폭력에 노출돼 있고, 이를 예방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사용자는 국가의 솜방망이 처벌로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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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는 이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비례)을 통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를 보면,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상 ‘직장 내 성희롱’ 신고 사건 3186건 중 과태료가 부과된 건은 7.1%(225건)에 그쳤다. 성희롱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가한 경우도 449건이 신고됐지만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건은 7.8%(35건)뿐이었다. 성희롱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신고를 받거나 성희롱 사건을 인지했을 때 즉시 조사하도록 하는 ‘조사의무’ 위반에 대한 과태료 처분은 6.2%(742건 중 46건)에 그쳤다. ‘피해자 보호조치’ 위반에 따른 과태료 처분은 1.1%(182건 중 2건)에 불과했다. 성희롱 확인 후에는 가해자 징계 등 조치를 취해야 하는 ‘즉시 징계조치’ 위반으로 인한 과태료 처분은 4.8%(833건 중 40건)뿐이었다.
여성 노동자들은 일터와 일상 양쪽에서 젠더폭력에 노출돼 있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10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여성 직장인 3명 중 1명(35.2%)은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했다. 10명 중 1명(10.1%)은 직장 내 스토킹을, 4명 중 1명(24.1%)은 직장 내 성추행·성폭행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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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 1분기~2023년 2분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신고 피해자는 여성이 1045명으로 남성(79명)의 13.2배였다. 2023년부터는 신고 사건 174건 중 피해자가 가해자의 부하직원인 사례가 74.1%에 달했다. 2022년 2분기~2023년 2분기 1년 3개월 동안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을 경찰에 신고한 여성 피해자는 1만1112명으로 남성 피해자(2457명)의 4.5배였다.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대응위원회 위원장인 박은하 노무사는 “신당역 살인사건은 가해자 전주환이 여성 피해자를 스토킹하다 뜻대로 되지 않자 보복한 행위로, 직장 내 젠더폭력에 해당한다”며 “여성이 일터에서 일하다 죽지 않기 위해, ‘여성을 살리는 일터’를 위해 사용자와 정부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했다.
▼ 조해람 기자 lennon@kh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