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1주기를 맞은 14일 서울 중구 신당역 인근에는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는 고인을 향한 편지가 붙었다. 포스트잇에는 “그곳에서는 행복했으면 합니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편히 쉬세요” “안전한 세상 만들어가겠습니다” “당신의 용기를 잊지 않겠습니다” 등 문구가 적혔다.
공공운수노조 등 3개 단체는 이날 서울 중구 신당역 10번출구 앞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추모제 참가자들은 한 손에 촛불을 들고, 다른 한 손에 ‘국가도 회사도 막지 못한 죽음 우리가 기억하고 분노한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명순필 서울교통공사노조 위원장은 “신당역 참사에는 두 가지 본질이 있다. 노동자가 죽은 산업재해이자, 여성 노동자가 성폭력에 의해 사망한 사건이라는 점”이라며 “노조는 지난해 투쟁 과정에서 사회 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일터를 위해 인력충원 등을 요구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서울시와 공사, 국회는 미온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했다.
추모제에 참석한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법원은 가해자 구속영장 청구에 ‘도주 우려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사법부가 피해자의 시선에서 입장에서 사안을 보지 않으면 막을 수 없는 피해 사이사이 틈새가 생긴다”며 “사법부에는 젠더폭력에 대한 이해가 있는 성인지감수성이라는 능력을 가진 법관이 필요한데, ‘젊다’ ‘성실하다’는 이유로 가해자에게 감형 판결을 내린 이균용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된다면 여성인권이 보장되는 사법부를 기대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최 부소장은 구조적 성차별을 부인하는 정권 기조, “성평등 정책보다는 가족중심의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지명자의 입장 등을 거론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자신이 겪은 부당한 젠더폭력에 맞서 싸우다 목숨을 잃은 피해자에게 지난 1년간 무엇이 변했고 무엇을 해왔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