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뷰징, 국민투표선 괜찮고 축구 응원선 ‘사회적 재앙’?

김세훈 기자

정부·여당, 아시안게임 축구 응원 클릭 수 조작에 강경 발언
작년 국민투표 해외 IP 유입 땐 무효화 조치 후 별 대응 없어
“정치적 의도 다분…포털 규제로 총선 유리한 위치 만들 속셈”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민 안전과 강화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민 안전과 강화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진행한 온라인 국민투표가 대규모 어뷰징(중복·편법 투표)으로 무산됐을 때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던 정부·여당이 최근 포털사이트 다음의 중국 댓글 어뷰징 건에 대해선 ‘국기문란’ ‘사회적 재앙’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것을 두고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이중잣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국민 실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정책투표를 조작한 건 큰 문제가 아니고, 아시안게임 한·중 축구 응원 클릭 수를 조작한 것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이냐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소통 강화 명분으로 실시한 ‘국민투표’는 지난해 7월21일부터 열흘간 진행됐다. 투표 종료 후 대통령실은 ‘해외 인터넷주소(IP) 어뷰징’을 이유로 결과를 무효화했다. 당시 경향신문이 투표수 추이를 추적한 결과, 10개 항목이 동시에 급증하거나 하락하는 현상이 발견됐다. 투표수 증감 추이도 석연치 않았다. 투표 기간 열흘 중 투표수 99%가 초반 5일에, 1%가 나머지 5일에 쌓였다.

당시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제도를 남용해 특정 의견을 많이 내려는 것을 수사 대상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시간대별 투표 집계 현황 요구에도 “시간대별로 하지 않아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

이후에도 국민투표에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됐다. 대통령실이 지난 3월 실시한 KBS 수신료 국민투표에선 중복 댓글·세몰이 등이 확인됐다. 투표는 아이디별로 한 차례만 가능하지만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페이스북 등 각기 다른 아이디로 로그인하면 동일인의 중복 투표가 가능했다. 댓글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반복해서 달 수 있었다. 그 결과 전체 댓글 4건 중 1건은 중복 댓글이었다. 특정 시간대에 댓글이 집중적으로 증가하는 현상도 발견됐다.

당시 정용욱 대통령실 국민제안비서관은 “댓글은 토론이기 때문에 주고받으면 무한정일 수도 있어서 중복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중복 댓글은 문제가 없다는 취지였다. 대통령실은 이후 집회·시위 규제 강화 국민투표 때는 중복 댓글 발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코드를 아예 삭제했다. 여론을 왜곡할 수 있는 중복 댓글·투표를 원천 차단하지 않고, 검증은 못하게 한 것이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5일 “국민투표 같은 결정에서의 어뷰징과 이번 어뷰징은 그 부작용의 크기가 전혀 다르다”며 “과거 ‘파맛 첵스’ 사건처럼 응원 투표에서 어뷰징으로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현상은 전에도 빈번하게 있었다. 하나의 놀이문화를 두고 지금처럼 강경 대응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고 했다.

여권이 이번 일을 두고 ‘여론조작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것은 내년 총선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여당이 주장하는) 선거 여론조작 가능성과 이번 어뷰징 사태는 본질적으로 다른 이야기”라며 “이번 사태로 범정부 TF(태스크포스)까지 구성하는 건 선거를 앞두고 정권에 유리한 보도가 이뤄지도록 포털을 휘어잡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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