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를 열자 수많은 나무 도마가 나왔다. 이곳은 요리와는 전혀 무관한 ‘경찰서’였다.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들은 나무 도마를 분리해 은닉된 필로폰을 추출하는 모습을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톱과 정으로 도마를 쪼개자 흰 가루가 담긴 봉투가 모습을 드러냈다. 상상도 못한 도마의 ‘속내’였다.
이날 영등포경찰서는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이 제조해 국내 밀반입한 필로폰 74㎏을 유통한 국제연합 3개 조직을 적발했다. 제조한 필로폰을 국제화물(나무 도마)로 위장해 국내 반입을 시도한 한국, 말레이시아, 중국인으로 각각 구성된 조직원들 총 26명을 검거했으며, 필로폰 27.6㎏을 압수했다. 이는 92만6000여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경찰은 나머지 조직원들을 조속히 검거하고 국내 유통 중인 잔여 필로폰을 수거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들어 검거된 마약 사범은 8월까지 1만3000명에 달하며 이미 역대 최다를 넘어섰다. 또 마약 사범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마 속에 숨겨진 필로폰처럼 마약은 우리 일상 속에 침투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