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들 비방 현수막, 주민이 철거’ 첫 조례

김보미 기자

서울 송파구 오늘 공포
주민 신청 받아 평가단 구성
혐오·모욕성 판단 존폐 결정

정부 ‘상위법 위배’ 의견에도
지자체 유사 조례 잇따를 듯

서울 송파 지역에서 혐오나 모욕적 내용이 담긴 정당 현수막에 대한 불법성을 주민이 판단해 철거 결정을 내리게 하는 조례가 제정됐다. 지자체의 철거 조례가 상위법에 위배된다는 정부 판단에도 지역 불편 민원이 끊이지 않으면서 관련 조례는 전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송파구는 혐오·비방·모욕 문구의 정당 현수막 금지 조례를 제정해 19일 공포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조례는 혐오나 비방, 모욕의 내용을 담은 정당 현수막은 원칙적으로 게시할 수 없고, 교통과 보행자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는 곳에 현수막 설치를 금지했다. 또 1회 15일 이내로 게시 기한을 두고, 같은 내용의 현수막은 2회 이상 달 수 없게 했다.

특히 정당 현수막 관리를 위한 주민평가단 구성·운영 근거 등을 조례에 명시했다. 이에 정당 현수막의 철거는 구청이 아니라 행정동별 3명씩 총 81명으로 구성된 주민평가단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송파구 관계자는 “행정청 단독 판단이 아닌, 건전한 상식을 가진 주민평가단의 평가를 통해 철거 여부를 결정하고 이행할 방침”이라며 “정당 현수막 게시 기간을 15일로 정한 점을 감안해 판단 대상이 접수되면 휴대전화와 온라인으로 신속하게 평가한 뒤 평가단 3분이 2 이상이 불법이라고 보면 즉시 철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불법성 평가와 철거는 다음달 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 같은 정당 현수막 철거 조례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첫 사례다. 앞서 인천·광주·울산시 등 광역지자체 단위에서 지정 게시대 설치를 조건으로 개수와 설치 기간을 제한한 조례를 제정한 바 있으나 주민이 불법성을 따져 철거 결정을 내리는 것은 송파구가 처음이다.

지난해 옥외광고물법 개정에 따라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은 허가나 신고 없이도 현수막으로 제작해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정당법(제37조)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활동 범위’로 판단한 것이다. ‘정당 명칭을 포함해 정당 경비로 최대 15일까지 게시할 수 있다’는 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개수와 장소에 관한 규정은 없어 지역별로 난립에 따른 민원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송파구가 지난 8월 주민 974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비방하는 내용이 담겼거나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 즉시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이 93%였다. 이에 철거를 위한 조례 제정이 잇따랐고, 행정안전부는 상위법에 위배된다는 해석을 내렸지만 조례 제정 및 개정 절차를 밟는 지자체는 늘어나고 있다.

송파구는 오는 24~26일 홈페이지를 통해 주민평가단 참여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단원에게는 소정의 수당이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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