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태원 참사로 딸을 잃은 한 부부를 만났다. 고인의 생일이었다. 어머니는 아침에 밥 한 술 뜨지 못했다. 아버지는 딸이 선물한 옷을, 어머니는 생전에 딸이 입던 옷을 입었다. 유가족들의 단체대화방에는 자정부터 생일 축하 메시지가 가득했다. 딸의 친구는 꽃을 들고 찾아왔고, 다른 유가족은 떡을 챙겨 왔다. 부부는 추모관에 들러 딸의 영정 앞에 꽃과 떡, 케이크와 미역국을 놓은 뒤 시민분향소로 향했다.
“이거 사진 찍어서 보내줘야지.” 어머니는 딸의 영정 앞에 놓인 음식 사진을 찍었다. 분향소에 오지 못한 유가족들이 보낸 음식들이었다. 분향소에 모인 유족들은 자식들의 영정 곁에서 서로의 아픔을 보듬었다. 밥 한 술 뜨지 못했던 어머니는 그제야 음식을 먹었다.
“윤석열 대통령을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대회에 초대합니다. 우리가 준비한 시민추모대회 자리에 오셔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희생자 영전에 국화꽃 한 송이 올려 주십시오.”
지난 18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참사 1주기 기자회견을 열고, 추모대회 초대장을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유가족을 한 번도 만나지 않은 대통령이 이번엔 그들에게 위로와 연대의 말을 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