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에도 “웽웽~”…‘천고모기’의 계절

이유진·이예슬 기자

‘모기 입 비뚤어진다’는 처서는 옛말…서울 모기 수 2주 만에 53% 늘어
럼피스킨병 매개체 지목에 전국 방제 ‘비상’…전문가들 “강수량 영향”

가을바람에도 “웽웽~”…‘천고모기’의 계절

지난 26일 오전 11시40분쯤 서울 서대문구 한 식당에선 손님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이른바 ‘혼밥(혼자 밥 먹는)’ 손님을 위해 가게 벽 쪽에 마련된 테이블 주위로 모기 10여마리가 쉼 없이 날아다녔기 때문이다. 하얀 페인트가 칠해진 벽 곳곳에는 모기가 앉아 있었다.

불평이 이어지자 사장 A씨는 “문을 닫자니 음식 열기로 손님들이 덥다고 하고, 그렇다고 에어컨을 틀기엔 추워서 문을 열어놓은 건데 모기가 많아도 너무 많다”며 한숨을 쉬었다.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8월23일)가 두 달 넘게 지났지만 밤낮으로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기에 지난 24일 강원지역에서 국내 최초로 발생한 소 럼피스킨병의 매개가 모기 등 흡혈 곤충으로 알려지면서 ‘가을 모기’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정영심씨(60)는 27일 “요즘 모기가 많은 걸 특히 체감한다”며 “카페에서 에프킬라 향이 나면 손님들이 좋아하지 않아 방역하기도 곤란하다”고 했다. 정씨는 “저녁때쯤 모기가 더 기승을 부린다. 밖은 쌀쌀한데 가게 안은 따뜻하니 (안으로) 들어오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인근 슈퍼마켓 사장인 김혜란씨(49)도 “요즘 모기가 진짜 많다”며 “요가를 배우러 다니는데 실내에 모기가 너무 많아서 요가를 못할 정도다. 모기 쫓느라 선풍기를 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가을 모기 너무 빠르다. 죽여도 죽여도 계속 나온다.” “11월이 코앞인데 모기가 이렇게 많은 게 말이 되느냐”는 성토가 이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관내에 설치된 디지털모기측정기(DMS) 50개를 통해 채집된 모기 수는 10월 둘째 주 기준 약 933마리였다. 9월 마지막 주 607마리에 비해 오히려 53%가량 늘었다. 지난해 10월 둘째 주(357마리)의 약 2.6배다. 10월 셋째 주에도 약 863마리가 잡혔는데, 이 역시 전년 동기(324마리) 대비 약 2.7배 늘어난 수치다.

모기 출현 빈도가 높은 농촌은 럼피스킨병의 추가 확산 위험으로 비상이 걸렸다. 럼피스킨병은 모기 등 흡혈 곤충에 의해 소만 감염되는 질병이다. 이날 기준 47개 농장에서 살처분됐거나 살처분되는 소는 총 3321마리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와 올해 가을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것은 습하고 따뜻한 날씨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올여름 비가 적절히 자주 내렸기 때문에 습도가 높아졌다. 습도가 높으면 모기들의 수명이 연장된다. 이 때문에 여름형 모기들이 가을까지 살아남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 교수는 “모기는 13도 이상이면 활동을 하는데 요즘 낮 기온이 20도 정도 된다. 모기들이 낮에는 밖에서 생존하다가 저녁쯤 쌀쌀해지면 따뜻한 실내를 찾기 때문에 사람들 눈에 더 많이 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모기 발생 시기 자체가 빨라지고 모기의 활동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며 “지구온난화가 지속하는 한 앞으로도 가을 모기가 극성을 부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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