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을 해주는 대가로 최신형 고가 휴대전화 461대를 할부로 개통시킨 뒤 단말기만 싸게 사들여 해외로 팔아넘긴 불법사금융 일당 57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사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를 받는 내구제대출 조직 총책 박모씨(28) 등 57명을 검거하고 4명을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 중 합숙하며 역할을 분담해 활동한 27명에 대해선 범죄집단조직죄를 추가로 적용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 8월까지 대출 희망자를 모집해 내구제대출을 벌여왔다. 내구제대출은 대출 희망자에게 휴대전화를 개통하도록 한 뒤 단말기만 헐값에 사들여 팔아넘기는 불법 사금융이다.
이들은 대출 플랫폼에 올린 광고글에서 “당일 승인, 당일 지급 가능하다” “가까운 대리점에 가서 휴대전화를 개통한 후 유심칩이 빠진 공기계만 매입하는 방법이다. 24개월 개통 후 매달 기곗값을 완납하면 된다”는 식으로 홍보했다.
경찰은 일당이 대출 희망자 297명 명의로 휴대전화 461개를 개통한 뒤 단말기를 중국과 중동 등 해외로 반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실장, 자금책, 상담원, 배송기사 등 역할을 분담했으며 합숙하며 교육을 받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일당은 대출 희망자 명의로 갤럭시 Z플립, 아이폰 14프로 등 1대당 130만원에서 250만원에 달하는 최신 휴대전화를 2~3년 약정으로 개통했다. 명의를 제공한 대출 희망자들은 기종에 따라 40~100만원을 받았으나 대부분 단말기 할부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경찰은 통신 3사가 회수하지 못한 단말기값이 8억4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 4월 ’강남 마약음료 사건‘에 쓰인 대포폰의 개통 과정을 추적하다 이 조직의 실체를 포착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일당 중 유명 통신사 대리점을 열어 대출 희망자의 개인정보를 조회하는 등 ‘조회업자’로 역할을 한 A씨가 또 다른 휴대폰깡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