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부터 하자면, 친구들을 따라 PC방에서 리그오브레전드(LoL)를 한두 번 해보긴 했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알맞은 타이밍에 캐릭터의 기술을 쓰고, 섬세한 제어를 하기엔 선천적으로 ‘게임 DNA’가 없는 탓이었다. 옆에서 하나하나 알려주던 친구도 나의 느린 손과 바닥이 보이는 게임 실력을 보자 두 번 다시 게임을 권하지 않았다.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일명 ‘롤드컵’ 결승이 지난 19일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의 ‘T1’과 중국의 ‘웨이보 게이밍’이 결승에서 맞붙었다.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e스포츠 경기인 만큼 이번 대회 역시 동시 접속 1억명, 누적 시청 4억명의 대기록을 세웠다. e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거리응원도 열렸다. 광장을 지켜온 세종대왕님 옆에 나란히 놓인 게임 캐릭터 ‘티모’의 위용이 대회의 인기를 가늠케 했다. 주최 측은 이날 하루 동안 약 4만명이 광장에 마련된 행사장을 찾고, 1만명이 거리응원을 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결승에선 T1이 세트스코어 3 대 0으로 이겨 우승컵을 차지했다. 게임의 규칙을 잘 몰라 멀뚱하게 서 있다가 중간중간 팬들이 환호할 때마다 슬그머니 셔터를 눌렀다. 이 흥분과 환호에 함께하지 못한다는 진한 아쉬움이 몰려왔다. 취재를 마친 뒤 두 번 다시 게임을 권하지 않았던 친구의 전화번호를 슬며시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