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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는 노동자일까 아닐까···여러분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조해람 기자

“라이더는 노동자” 노동위 판정으로 보는

오늘날 우리 앞 ‘신(新) 노동시장’ 이야기

한 배달 노동자가 잠시 멈춰 서서 종이에 무언가 쓰고 있다. 한수빈 기자

한 배달 노동자가 잠시 멈춰 서서 종이에 무언가 쓰고 있다. 한수빈 기자

배달 라이더들은 노동자일까요, 개인사업자일까요?

계약 형식만 놓고 보면 대부분의 라이더는 개인사업자(프리랜서)입니다. 근로계약이 아니라 위수탁계약서를 맺고 일하거든요. 하지만 실제로는 플랫폼 업체나 배달대행업체의 지시를 받고, 업체들이 정한 보수나 업무내용에 따라야 하는 노동자에 가깝죠.

문제는 이런 ‘불일치’가 라이더 당사자들에게 자주 손해를 끼친다는 점입니다. 노동자로서 통제는 받으면서, 권리가 필요할 때면 ‘너희는 개인사업자’라는 말을 듣는 셈이죠.

최근 라이더가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습니다. 배달대행업체들은 사용자로서 라이더들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판정입니다.

판정서에는 플랫폼으로 대표되는 오늘날 노동시장의 변화를 이해하는 키워드가 쏙쏙 박혀 있습니다. 내 직업이 라이더가 아니더라도 읽어 볼 만하죠. 노동위원회는 어떤 기준으로 이렇게 판단했을지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① ‘노동자’를 어떤 기준으로 정하나요?

사건의 개요부터 보겠습니다. 라이더들이 속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는 지난해 7월 경기 시흥 지역 ‘바로고’ 대리점주(지사장) A씨와 B씨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했습니다. 라이더유니온은 A씨·B씨가 배달료를 일방적으로 깎아 라이더들의 수입이 줄고 있으니 교섭을 통해 적절한 배달료 기준을 정하자고 했습니다. A씨·B씨는 ‘라이더는 노동자가 아니다’라며 교섭을 거부했습니다.

라이더유니온은 두 사람이 교섭을 거부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며 같은 해 10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습니다. 경기지노위는 지난달 1일 A씨와 B씨의 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이며, 두 사람이 라이더와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판정했습니다.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려면 라이더들이 노조법상 ‘노동자’여야 합니다. 판정의 쟁점도 라이더들이 노조법상 노동자인지 아닌지였습니다.

경기지노위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춰볼 때 라이더들이 노동자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말은 근로계약·프리랜서계약 같은 형식과 관계없이, ‘실제로’ 어떤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했는지가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경기지노위는 이 ‘노무제공관계의 실질’ 기준을 2018년 대법원 판례에서 따왔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프리랜서 학습지교사들을 노조법상 노동자라고 판결하면서,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을 따지는 여러 세부 기준으로 ‘사업자가 보수·계약내용을 일방적으로 정하는지’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노무제공자와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지속적·전속적인지’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사업자에게 얼마나 의존하는지’ 등을 제시했습니다.

② 그럼 라이더는 노동자인가요?

경기지노위는 “A씨·B씨가 라이더의 보수와 중요한 노무제공의 내용과 방법 등을 일방적으로 결정한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습니다. 시흥 지역 라이더들이 두 사람과 계약기간·업무수행방법·배달료·교육·계약해지 등 각종 의무가 규정된 위수탁표준계약서를 썼기 때문입니다.

A씨·B씨가 바로고 앱을 통해 라이더들의 위치와 배달현황을 볼 수 있고, 라이더들은 바로고의 상호가 적힌 조끼와 배달통을 써야 한다는 점에서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한다고도 봤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라이더들의 현실을 고려해 ‘지속성·전속성’을 인정했다는 것입니다. A씨·B씨와 라이더들의 1년 단위 계약은 한 쪽이 계약해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자동으로 연장됐고, 배달 지역 지리를 잘 알고 있어야 하는 라이더들은 사실상 소속을 바꾸기 어려웠다고 경기지노위는 봤습니다.

‘노무제공자의 소득 의존성’ 기준도 폭넓게 인정됐습니다. 경기지노위는 “특정 라이더의 소득이 낮거나 소득의존도가 낮다는 이유로 노동3권 보장 필요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시간제로 일하거나 일시적으로 실업·구직 중인 사람도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2004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다만 경기지노위는 A씨의 또 다른 직책인 ‘시흥지역 총판’ 또한 사용자라는 노조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총판은 지역 지사들을 바로고 본사와 연결해주는 역할일 뿐이라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입니다.

③ 다른 노동자들은요?

‘혁신’으로 주목받는 플랫폼 경제가 자리 잡은 오늘날, 많은 일자리가 라이더 같은 ‘플랫폼 일자리’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를 읽는 독자 여러분 중에도 플랫폼 노동자가 적지 않을 겁니다. 노동계에서는 이런 플랫폼 기업들이 실제로는 노동자를 강하게 통제하면서 ‘사용자의 책임’은 지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이번 사건처럼 법원과 노동위원회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 서울행정법원은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노조법상 노동자라고 판결했고, 최근 타다 기사도 2심 법원에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법원과 노동위원회가 노동자성 인정 판정을 내리고 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아직 법 조항에 이런 내용이 담기지 못한 탓에, 수많은 플랫폼노동자는 직접 법원과 노동위원회의 문을 두드려야 합니다.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에 올랐던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힙니다. 노란봉투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됐습니다.


▼ 더 알아보려면

플랫폼·프리랜서·특수고용…이름도 다양한 ‘비임금근로자’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혁신의 바람을 타고 등장한 오늘날 노동의 ‘뉴노멀’이지만 부작용도 명확합니다. 플랫폼 노동의 현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경향신문 기사·칼럼을 첨부했습니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와 타다 드라이버의 노동자성 판결 기사도 함께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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