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판 모니터 요원 또 노동자성 인정…“꼼수 고용 그만”

조해람 기자

회사의 지시·통제…“프리랜서 아닌 노동자”

네이트판 모니터링 요원 연이어 노동자 판정

“노동부, 위장 프리랜서 꼼수 엄정 대처해야”

네이트판 메인 화면

네이트판 메인 화면

재택근무를 하는 IT 프리랜서들이 노동자성을 연이어 인정받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 지시·감독을 받으며 노동자처럼 일하는데도 이들을 ‘위장 프리랜서’로 고용하는 사용자들이 여전히 많다.

노동계는 사용자들이 인건비와 각종 책임을 피하고자 이 같은 ‘꼼수’를 쓰는 관행이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1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6일 네이트판 모니터링 요원 A씨와 B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두 사람이 당한 일방적인 계약해지는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서울지노위는 A씨·B씨가 프리랜서가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부당해고가 성립한다고 봤다.

A씨는 2020년 10월부터, B씨는 2016년 11월부터 인력파견업체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와 계약을 맺고 네이트판 모니터링 요원으로 일했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는 네이트판 운영사인 SK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모니터링 업무를 도급받아 프리랜서 계약을 맺는 요원들에게 업무를 시켰다. A씨·B씨도 1~6개월 단위로 계약을 계속 연장하며 일해 왔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는 지난해 5~6월에 걸쳐 A씨에게는 “업무처리 이슈가 다수 발생했다”는 이유로, B씨에게는 “시스템 도입으로 (회사의) 업무량이 줄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A씨의 경우 임신·출산에도 출산전후휴가를 받지 못하고 1주일 만에 바로 복귀하느라 생긴 일부 업무 미처리가 원인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계약 종료가 부당해고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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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의 쟁점은 A씨·B씨의 ‘노동자성’ 인정 여부였다. 서울지노위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해당 여부는 계약의 형식보다 실질을 따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두 사람을 노동자라고 판단했다. 사용자가 업무 내용을 정하고 지휘·감독을 하는지, 시간과 장소를 지정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지노위는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가 ‘모니터링 가이드’를 통해 제재 대상 게시물과 삭제 대상 단어 등을 자세히 제시한 점을 두고 “사용자가 업무수행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했다”고 판단했다. 요원이 실수할 경우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소속 관리자가 시정을 요구하고, 요원이 담당할 게시판 구역을 사측이 지정한 것도 노동자성 인정 근거가 됐다.

A씨·B씨의 근무시간이 사실상 고정되고 휴대전화 앱을 통해 업무시스템에 접속해야 했던 점, 사측이 업무태만의 기준을 잡고 근태관리를 엄격히 한 점, 요원 보수를 건당이 아니라 시간당 책정한 점 등도 이유로 들었다.

서울지노위는 A씨·B씨가 계약을 계속 연장하며 2년 이상 일했기 때문에 계약직이 아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따라서 트랜스코스모스가 노동자인 A씨·B씨에게 구체적인 해고 사유를 밝히지도 않고 해고한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했다.

네이트판 모니터링 요원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A씨·B씨처럼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에서 네이트판 모니터링 요원으로 일한 C씨가 중앙노동위원회와 1심 법원에서 노동자 인정을 받았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는 C씨의 노동자 판정 이후에도 여전히 다른 요원들을 프리랜서로 고용하다가 노동위원회에서 또 패했다.

노동계는 이처럼 노동자를 개인사업자(프리랜서)로 위장하는 ‘위장 프리랜서’ 고용이 지나치게 만연해 있다고 지적한다. 주휴수당과 4대 보험 등 정식 고용에 따르는 비용·책임을 피하려는 사용자의 ‘꼼수’에 노동자들만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최근 근무자들에게 ‘산재보험 포기 각서’를 요구하다 적발된 쿠팡 캠프 위탁업체도 비슷한 사례다.

사건을 대리한 하은성 샛별노무사사무소 노무사는 “고용 오분류를 방치하다 보니 사업과 업종을 가리지 않고 노동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법 위반 컨설팅’까지 생기고 있다”고 했다. 하 노무사는 이 같은 ‘위장 프리랜서’ 고용으로 사용자들이 아끼는 비용(주휴수당, 퇴직금, 연차수당, 휴일·야간가산수당, 4대보험 등)이 1년에 약 5~6개월치 인건비에 해당한다고 추산했다.

하 노무사는 “프리랜서 위장이 인정되면 사업주는 체불임금과 처벌불원서를 교환하려 하고, 당사자 합의로 취하된 사업장을 근로감독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고용노동부는 무늬만 프리랜서의 양산을 막고 온전한 근로기준법 적용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국세청은 이 같은 ‘고용 오분류’를 납세의 의무 위반으로 보고 최대 징역형까지 내릴 수 있다.

원청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 노무사는 “원청인 SK커뮤니케이션즈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며 “알면서도 합의로 방치했다면 공모공동정범이나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네이트판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면요 /양다영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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