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땐 팔 걷었던 공정위 “아직은…” 미적

반기웅 기자

2022년엔 바로 “직권조사”

이번엔 “복지부가 신고하면”

2020년 전공의 파업 때도

비사업자 이유로 흐지부지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본격화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불법 파업 여부 조사에 대한 검토에 나섰다. 보건복지부가 불법 파업으로 신고하면 조사에 착수할 방침인데, 공정위가 직권으로 조사를 벌였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 대응과는 온도차가 있다. 19일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의사 파업 대응 방침에 대해 “현재 전공의 차원의 집단행동 수준을 넘어서 의사협회와 같은 사업자단체가 주도해 파업을 진행한다면 공정거래법에 따라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개원의 등 의사는 사업자로, 의사협회는 사업자단체로 간주한다. 사업자단체인 의사협회를 통한 단체 휴진 등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본다. 공정거래법은 사업자단체가 구성원의 사업 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2000년 의약분업과 2014년 원격의료 반발 파업 당시에도 공정위는 의사협회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다만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를 두고는 지금 단계에서 공정위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전공의는 수련병원에서 월급을 받는 노동자 성격이 짙어 ‘사업자’를 규율하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수련·전공의의 경우 필수 수련과정에서 병원에 근로를 제공하더라도 병원에서 정한 계획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갖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공공의대 설립 반발 파업 당시 전공의가 파업을 주도하면서 공정위 조사는 흐지부지됐다.

앞선 세 차례 의사 파업 당시 공정위는 복지부의 신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선례를 감안하면 이번 파업에서도 공정위는 직권조사가 아닌 복지부의 신고에 따라 조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원장의 구두지시에 따라 직권조사를 벌였던 2022년 화물연대 파업과 비교해 미온적인 대응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전공의의 집단 진료중단 행위를 ‘담합’으로 보고 공정위 신고를 예고했다. 경실련은 전공의들이 20일 실제로 진료를 중단하면 22일쯤 공정위에 신고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민단체에서 신고한다고 해서 곧바로 조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먼저 신고 내용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향후 공정위가 의사 파업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보고 검찰에 고발하더라도 실제 처벌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의사 파업의 불법 여부를 두고 재판부는 2000년과 2014년 각기 다른 판단을 내렸다.

2000년 파업을 두고 대법원은 의사협회가 집단 휴업을 사실상 강제해 구성원인 의사들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했다며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반면, 2014년 파업은 의사들의 사업활동에 대한 부당한 제한이 없었다며 법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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