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자치단체들이 오는 3월 중순부터 ‘민물가마우지’에 대한 퇴치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토종 어류 등을 마구 잡아먹어 내수면 어업계뿐 아니라 양식장 등에도 피해를 주는 민물가마우지가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되면서 총기 등을 사용해 강제로 포획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 여건에 따라 민물가마우지 퇴치에 대한 자치단체의 해법이 제각각이어서 이에 따른 혼란도 우려된다.
지난 24일 오후 소양호 상류인 강원 양구군 양구읍 석현리의 선착장 입구. 이곳에서 옛 46번 국도를 따라 양구읍 수인리와 춘천시 북산면 추곡리 방면으로 이동하다 보니 수면 위를 날아다니는 민물가마우지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일부 민물가마우지는 물고기를 사냥하려는 듯 물속으로 자맥질을 반복하고 있었다.
민물가마우지는 한 마리당 하루 600~700g의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진 잠수성 조류다. 수면 아래로 2~5m까지 잠수해 붕어, 잉어, 강준치, 메기 등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워 내수면 어업인들이 가장 꺼리는 새다.
양구 소양호 진목어업계 계장인 이광배씨(56)는 “민물가마우지가 자망 그물에 걸린 쏘가리를 빼가는 모습도 간혹 목격했다”며 “심할 때는 수백 마리씩 몰려다니며 피해를 줘 어획량이 40% 정도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마우지가 부리를 이용해 그물을 찢어놓는 경우도 많다”라고 했다.
연해주와 사할린 등에서 번식하고 겨울철마다 한국과 일본 등으로 내려오던 철새인 민물가마우지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2000년대 이후 텃새화되기 시작했다. 2010년대 중반까지 1만여 마리 정도였으나 2020년 이후 3만여 마리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개체수가 많이 늘어난 민물가마우지가 북한강과 남한강 유역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호수 주변에 터를 잡고 내수면어업계와 양식장 등에 피해를 주자 자치단체들은 앞다퉈 정부 당국에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후 환경부가 지난해 말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해 민물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추가 지정함에 따라 오는 3월 15일부터 포획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양구·평창 등 일부 자치단체의 경우 민물가마우지를 강제 포획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반면 민물가마우지의 서식지가 도심을 관통하는 하천이나 관광지 인근에 있는 자치단체들은 안전사고 등을 우려해 강제 포획을 배제하는 분위기다.
우선 강원 양구군은 엽사 10명으로 기동포획단을 꾸려 오는 3월부터 집중적으로 포획 활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정영희 양구군 생태자원팀장은 “열화상 드론을 띄워 민물가마우지가 있는 지점을 파악한 후 배를 타고 접근해 엽총을 이용해 포획할 예정”이라며 “내수면어업계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강제 포획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충북 단양군의 경우 민물가마우지의 개체 수와 서식지 등에 대한 조사를 거친 뒤 충분한 논의를 거쳐 퇴치 방법을 결정하기로 했다. 단양군 관계자는 “일단 퇴치 방법이 확정되기 전까지 폭음기 등을 사용해 내수면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민물가마우지를 쫓아내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1000여 마리에 달하는 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로 인해 소양호 하류의 버드나무 군락지가 고사할 위기에 처한 강원 춘천시도 간접적인 퇴치 방법을 택했다. 한창희 춘천시 환경정책과장은 “민물가마우지 서식지가 도심지 주변에 위치한 데다 이 일대에서 산책하는 시민도 많아 총기를 이용한 포획 활동은 사실상 추진하기 어렵다”며 “산란기 때 고압 살수기 등을 이용해 둥지를 털어내고, 나무에 쌓인 배설물을 씻어내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역자치단체들도 최근 시·군 관계자들을 잇달아 소집해 민물가마우지 퇴치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환경부 지침상 내수면어업 또는 양식업, 낚시터업 등에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면 기초자치단체장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민물가마우지를 포획할 수 있다”며 “시·군과 협의해 민물가마우지에 대한 지역별 세부 관리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