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세 글자 문제삼아 회의 거부한 KBS···내홍 계속

조해람 기자

‘세월호 10주기’ 다큐 관련 편성위원회 파행

제작1본부 “안건에 ‘세월호’ 들어가면 안돼”

제작진 “최소한의 대화도 거부한 사측 규탄”

언론장악 저지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19일 서울 KBS 본관 앞에서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불방 규탄 및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박민 사장과 이제원 제작1본부장을 규탄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언론장악 저지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19일 서울 KBS 본관 앞에서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불방 규탄 및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박민 사장과 이제원 제작1본부장을 규탄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KBS가 오는 4월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방영 무산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다. 사측은 다큐 제작 실무진이 회의에 올린 ‘세월호 10주기’ 안건명을 문제 삼으며 대화를 거부했다. 제작 실무진은 “제작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반발했다. 박민 사장이 유족 면담을 거부한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28일 KBS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PD 등 제작 실무진과 제작1본부는 지난 27일 오후 세월호 10주기 다큐 관련 논의를 위해 TV편성위원회를 열기로 했으나 회의가 끝내 결렬됐다.

제작1본부는 실무진이 올린 ‘다큐인사이트 세월호 10주기 방송 관련 건’이라는 안건명을 문제 삼았다. 앞서 KBS 제작1본부는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세월호 10주기 다큐 방영을 6월로 미루라고 제작진에게 지시했다. 예정된 방영일은 총선 8일 뒤인데도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다큐에 천안함 폭침, 씨랜드 화재, 대구지하철 화재 등도 함께 담으라고 요구했다. KBS PD들의 반발에 제작1본부는 지난 21일부로 제작을 중단시켰다.

제작1본부는 이번 회의 안건 이름도 ‘세월호 10주기’가 빠진 ‘다큐인사이트-바람이 되어 살아낼게(가제)’로 해야 한다고 실무진에게 요구했다.

세월호. 경향신문 자료사진

세월호. 경향신문 자료사진

실무진은 안건을 변경할 수 없다며 맞섰다. 실무진은 편성위원회가 예정됐던 오후 3시부터 오후 6시20분까지 회의장에서 기다렸지만 이제원 제작1본부장 등은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실무진은 해당 안건을 공정방송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하고 철수했다.

실무진은 사측이 공영방송의 책무를 저버리고 제작 자율성을 침해했다며 반발했다. KBS PD협회는 “KBS 편성규약에 따라 제작 책임자는 실무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취재 및 제작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며 “이 본부장은 독단적인 판단으로 세월호 10주기 다큐 제작을 파행시킴으로써 제작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했고, 공영방송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고 했다.

PD협회는 “세월호 10주기 방송을 4월이 아닌 6월 이후로 연기한 이유가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 본부장에게 묻는다”라며 “최소한의 대화 요구조차 거부한 이 본부장을 규탄하고,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제작1본부는 “이 프로그램은 당초 기획대로 대한민국의 대형참사를 조망하고 생존자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극복에 우리 사회가 함께할 수 있도록 제작돼야 한다”며 “대화 자리가 무산되며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제작할 소중한 시간이 소요돼 안타깝다”고 했다.

KBS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방영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강한들 기자

KBS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방영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강한들 기자

박 사장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면담을 거부한 것도 맞물렸다. KBS는 박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한 유가족들에게 지난 26일 “편성위원회에서 관련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KBS 사장과의 면담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면담 불발의 명분으로 편성위원회를 내세웠지만 정작 편성위원회도 불발된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우리는 편성위원회가 방영 여부에 대한 결정 권한이 없다는 걸 알았지만,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일말의 양심과 10년 전 언론 참사에 대한 반성이 있기를 바랐기에 사장 면담을 기다린 것이었다”며 “KBS의 면담 거부는 결국 KBS로 향하는 피해자의 항의와 분노를 피하려는 시간 끌기에 불과했다”고 했다.

이들은 이어 “윤석열 정권의 대리인이자 하수인이 되어버린 박 사장과 경영진을 보며 국민들은 공영방송의 퇴행과 방송의 독립성 침해에 대해 우려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며 “KBS는 더 이상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성을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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