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10 22대 총선을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 등 정치인의 출판기념회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판기념회가 선거에 나서는 정치인의 모금행사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2020년 6월1일부터 지난 1월10일까지 21대 국회의원 318명(의원직 상실 23명 포함) 중 77명(24.2%)이 총 91회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전 90일부터는 출판기념회를 열 수 없다.
출판기념회는 선거를 앞둔 시기에 급증했다. 출판기념회를 연 국회의원은 2021년 3명(5회), 2022년 2명(2회)에서 지난해에 58명(68회), 올해 16명(16회)로 늘었다. 총 91회 중 4분의 3에 달하는 67회(73.6%)가 지난해 11월 이후에 열렸다.
출판기념회를 가장 많이 연 국회의원은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8회)이었다. 송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약 한 달간 서울·광주·대구 등 전국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어 강은미 녹색정의당 의원(4회), 김두관 민주당 의원(3회), 윤준병·이용우 민주당 의원(각 2회)로 집계됐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가 편법적 자금 회수 수단이 됐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반 정치후원금은 연간 모금 한도가 1억5000만원인 것과 달리 출판기념회는 경조사로 분류돼 한도가 없다. 판매 부수나 판매액에 대해 신고할 의무도 없다. 책 구매 비용을 현금으로 내는 경우가 많아 자금 추적도 쉽지 않다.
2014년 신학용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법안 대표발의를 대가로 한국유치원총연합회로부터 수천만원의 출판기념회 축하금을 받은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후 각 정당에서는 출판기념회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으나 본회의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신 전 의원은 2017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경실련은 “정치자금법의 규제가 부재한 상태에서 출판기념회가 정치인이 선거에 출마하는 출정식이자 정치후원금을 모집하기 위한 행사로 변질됐다”며 “2014년 이후 각 정당은 정치혁신을 약속했지만 구체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출판기념회의 출판물 구매자와 구매액을 공개하고, 출판기념회 개최 제한 기간을 선거일 120일 전까지로 확대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