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왜성 물길 복원 추진에 “구체성·공공성 떨어져” 비판

백승목 기자
지난 30일 울산시 중구 학성공원 산책로 주변 벚나무 사이로 임진왜란 당시 왜장이 쌓은 왜성이 솟아 있다./백승목 기자

지난 30일 울산시 중구 학성공원 산책로 주변 벚나무 사이로 임진왜란 당시 왜장이 쌓은 왜성이 솟아 있다./백승목 기자

울산시가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쌓은 성곽 주변의 물길을 복원해 이를 태화강과 연결한 후 역사문화관광의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방침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들이 “봉이 김선달식 개발”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지역 주민들도 실현가능성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3일 울산시에 따르면 시는 중구 학성공원 둘레를 따라 순환하는 길이 1.1㎞, 너비 10m의 물길을 복원해 뱃놀이를 할 수 있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약 300m 떨어진 도심하천인 태화강과 연결해 수상택시도 오가도록 할 예정이다.

물길에는 약 300m 간격으로 4개 선착장을 만들고, 물길 위로 7개 보행교도 설치한다. 공원 서쪽에는 숲과 공원, 산책로를 만들고 계절별 테마정원을 조성한다. 남쪽에는 광장과 복합문화공간을 설치한다. 이곳에 ‘국립성곽박물관’도 유치할 계획이다.

학성공원은 임진왜란 당시 왜장인 가토 기요마사가 축조했다. 조·명 연합군과 왜군이 마지막 전투를 치른 곳으로 ‘울산왜성’이라고도 불린다. 성곽 주변의 물길은 태화강과 연결됐지만 1928년 조선총독부의 산미증식계획에 따라 울산수리조합이 농경지 개발을 위해 태화강에 제방을 쌓으면서 물길이 막혔다.

울산시는 물길복원 사업에 주변 건물·토지 보상비와 공사비를 합쳐 총 5863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울산시는 건폐율·용적률 등을 크게 완화하는 국토교통부의 ‘도시혁신구역’ 제도를 활용해 학성동 일대 재개발 사업을 통해 민자를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사업기간은 5~10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30일 울산시 중구 학성공원 입구에 임진왜란 당시 왜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조·명 연합군 장수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백승목 기자

지난 30일 울산시 중구 학성공원 입구에 임진왜란 당시 왜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조·명 연합군 장수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백승목 기자

그러나 울산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같은 구상에 대해 “실현 구체성과 역사적 공감대가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개발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울산시가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을 공표하는 것은 사업타당성 및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 도심 한복판에 수천억원 규모의 대규모 개발허가를 내주는 것은 특혜 시비도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학성공원 물길복원이라지만 실상 울산왜성 해자복원사업이어서 역사적 정당성과 시민의 공감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면서 “과거에도 관광활성화 등의 이유로 임진왜란 당시 왜장 동상건립 등을 검토했다가 시민들 반발을 일으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2017년 10억원을 들여 정유재란을 주제로 한 조형물과 성벽 등을 울산왜성 일대에 설치하려다가 시민·학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시민들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박양순씨는 “뜻대로만 된다면 좋겠지만, 누가 엄청난 돈을 벌여 그 사업에 뛰어들겠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물길이 생기면 155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약 1000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라며 “투자자로부터 개발이익을 환수해 쇠퇴해가는 학성공원 일대를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곳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성공원 물길복원사업 조감도/울산시 제공

학성공원 물길복원사업 조감도/울산시 제공

학성공원 물길복원사업 조감도/울산시 제공

학성공원 물길복원사업 조감도/울산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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