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론과 막말에 치여 정책은 실종된 총선···시민사회 “선거 끝이라고 문제 덮지 말라”

김송이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가운데), 김부겸·이해찬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앞줄 왼쪽에서 첫번째·세번째) 등 지도부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사진 크게보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가운데), 김부겸·이해찬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앞줄 왼쪽에서 첫번째·세번째) 등 지도부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시민사회는 지난 10일 치러진 22대 총선에 대해 “심판론과 후보 개개인의 자질 논란에 파묻혀 22대 국회가 해결해야 할 정책 과제는 실종된 선거였다”고 평가했다. 야당이 정권심판론에 힘입어 4·10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부적절한 언행이 드러난 후보들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상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은 지난 11일 열린 경실련 총선 평가 토론회에서 이번 총선에선 공약이 부재했다고 평가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선거에서 물가 문제가 전면에 부각되면서 여·야 할 것 없이 민생회복지원금 13조원 공약이나 부가가치세 감세 등 선동적 선거운동을 했다”면서 “심각한 재정 문제에 대한 고려 없이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모두 외면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인 ‘2024 총선시민네트워크(총선넷)’는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도 총선 기간 내내 윤석열 정부 심판 외에 우리 사회의 복합 위기 극복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대안과 정책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4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공약을 재탕하는가 하면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편승해 개혁과제를 후퇴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총선넷은 반개혁적 입법 추진 후보, 차별·혐오·막말 등을 일삼은 후보 등을 대상으로 공천 반대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들이 선정한 공천 반대 후보 46명 중 절반이 넘는 25명이 22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후보 검증 과정이 너무 허술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여야 막론하고 공천이 진행된 뒤 일부 후보의 과거 부적절한 언행이 드러나 낙마한 사례가 나왔다. 인권 변호사 이력을 앞세웠던 조수진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는 과거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이력을 홍보하면서 성범죄 가해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받아내기 위한 방법으로 ‘강간 통념’을 활용하라고 조언한 사실 등이 드러나 사퇴했다. 낙선한 김혜란 국민의힘 춘천갑 후보도 성폭력상담소 운영위원 경력이 있지만 성폭력 가해자를 변호한 이력으로 논란이 됐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변호사가 가해자를 변호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변호했는지가 문제”라며 “지금은 각 당에서 공천 심사 시 국회의원 후보자가 어떤 행보를 걸어왔는지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후보자 개인의 문제가 부각되는 동안 거대 양당은 여성과 소수자 인권이 후퇴되는 상황을 주요 의제로 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위 혐의나 문제 언행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음에도 끝까지 버텨 당선된 후보들도 있다.

편법 대출 의혹을 받는 양문석 경기 안산갑 당선자가 대표 사례다.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12일 “주거와 부동산 관련 정책은 전혀 주목받지 않고 거대 양당의 진영 논리에 의해 투표가 이뤄지다 보니 문제가 있는 후보들이 당선되는 결과까지 낳은 것”이라며 “불법 대출을 통해 강남의 아파트를 구입하고 자산을 증식하려던 이들이 국회로 가서 민생을 위한 부동산 관련 법안을 얼마나 제대로 발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활란 이화여대 총장 이대생 미군 성 상납’ ‘퇴계 이황 성관계 지존’ 등의 발언으로 논란이 된 김준혁도 당선됐다. 경기 수원정 당선자의 지역구 무효표는 4696표로 김 당선자와 2위 국민의힘 김수정 후보의 표차인 2377표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선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무효표가 많이 나온 것은 윤 정부를 심판하려는 의지가 높은 국민조차 김 후보자 개인에 대해선 고심한 흔적으로 보인다”며 “양당 중심의 선거 겨루기 풍광 이외에는 정당들이 정책이나 공약으로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구체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심판이라는 의제 때문에 (야당이) 자당의 후보를 사퇴시키지 못했다면 적어도 당선된 후보를 윤리위원회에 부쳐 징계하고 같은 언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선거가 끝났다고 문제를 덮을 게 아니라 다시는 공천과정에 검증 문제가 나오지 않도록 시스템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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