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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약 3~4배 뿌려도 무용지물”···기후위기에 한숨쉬는 농가

김세훈 기자
경기 용인시 친환경농업인 조규애씨는 최근 병충해 피해로 청경채 밭 일부를 갈아 엎었다. 이후 새로 심은 시금치는 해충 피해로 잎에 구멍이 송송 나 버렸다. 조씨 제공 사진 크게보기

경기 용인시 친환경농업인 조규애씨는 최근 병충해 피해로 청경채 밭 일부를 갈아 엎었다. 이후 새로 심은 시금치는 해충 피해로 잎에 구멍이 송송 나 버렸다. 조씨 제공

경기 용인시에서 20년째 친환경농업을 하고 있는 조규애씨(62)는 지난 4월을 “악몽같던 시기”로 회상했다. 최고기온이 20도를 웃돌던 지난 4월 초 비닐하우스 흙을 검사하던 조씨는 청경채 잎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는 걸 발견했다. 해충 ‘깍지벌레’가 벌인 일이었다.

뒤늦게 방제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하우스 20여 동 중 세 동은 갈아엎었다. 통상 깍지벌레는 4월 말부터 보이기 시작하는데 올해 유독 따뜻한 날씨가 이어진 탓에 활동 시기가 앞당겨진 것 같다고 했다. 조씨는 “10여 년 전부터 깍지벌레가 나타나는 빈도가 점차 늘고 있다”며 “친환경 농약을 예전보다 3~4배씩 뿌려도 잡히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친환경 농가들이 농번기를 앞두고 병충해 증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친환경농업은 합성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로 줄여 농산물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기후위기 탓에 해충의 종류와 활동기간이 늘어난 것이 방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친환경 농약을 통한 병충해 예방에 한계가 있어 농가들도 대책을 마련하느라 바쁘다.

친환경농업인들은 기후변화로 해충 활동기간이 길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어머니와 친환경 농업을 함께 하는 유모씨(52)는 토마토뿔나방 탓에 지난해 토마토 수확량이 80% 줄었다. 토마토뿔나방은 최근 2~3년 새 남미에서 유입된 해충으로, 상온 25도 이상에서 활동량이 늘어난다고 알려졌다. 유씨는 “작년에는 친환경농업을 접어야 하나 고민했다”며 “올해 경각심을 갖고 방제량을 늘려서 아직 작년처럼 피해가 심하지는 않지만 본격적인 농번기가 되면 피해 농가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에서 버섯을 키우는 친환경농업인 오호영씨도 “해충 활동 시기가 3월 말에서 3월 초로 당겨졌다. 4월쯤 가야 생기던 진드기들이 2월만 돼도 보인다”며 “과거에는 병충해 피해로부터 자유로운 시기가 있었는데 요즘은 1년 내내 시달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체로 친환경 농약이 일반 농약보다 살충력이 약하다는 점도 방제를 어렵게 한다. 오씨는 “친환경 농약은 일반 농약보다 가격이 2~5배 정도 비싸다”며 “그런데 살상력은 일반 농약에 못 미쳐 피해 확산이 일반 농가에 비해 빠르다”고 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 불안정성 같은 어려움 때문에 친환경 농업인이 줄고 있다. 국내 친환경농업 인증 농가 수가 2020년 5만9249호에서 지난해 4만9520호로 16% 줄었다. 같은 기간 인증면적도 15% 감소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 전체 농업면적 대비 5.2% 수준인 친환경농업 인증 면적을 2030년 12%까지 높이겠다고 했지만 2023년 4.6%로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친환경농업인 505명 중 중 80.8%가 ‘기후변화로 생물 성장 저해 및 생산 불안정성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전북 농민 김영재씨는 “올겨울 내내 1주일에 한 번씩 비가 오고, 햇빛이 잘 뜨지 않는 등 이상기후에 시달렸다”며 “과거에는 1~2년에 한 번꼴이던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최근 3~4년 새 비룟값이 크게 뛴 데다가 기후위기로 작황이 부진하고 농업인구 고령화가 겹치면서 어려움에 부딪힌 농가가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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