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무너졌지만, 처벌 이뤄져야”···아카데미극장 철거 관련 원주시장 고발한 시민들

전지현 기자
철거되기 전인 2022년 강원 원주시의 원주 아카데미극장 외관.  아카데미의 친구들 제공

철거되기 전인 2022년 강원 원주시의 원주 아카데미극장 외관. 아카데미의 친구들 제공

1963년 개관한 강원 원주시 아카데미극장과 1960년 원주에서 태어난 허행철씨(64)는 세 살 터울이다. 이 극장은 허씨가 난생 처음 영화를 본 곳이기도 하다. 스크린이 하나로 단관극장인 아카데미극장은 멀티플렉스의 시대가 오며 힘을 잃었지만, 허씨는 매표소·영사기·관람석 등 옛 모습을 보전한 공간이 그 자체로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인 최지웅씨(48)에게도 아카데미극장은 꿈을 키운 공간이다. 어릴 적 영화 포스터를 모으려고 떼가려던 그를 극장 직원이 영사실 창고로 데려갔다고 한다. 최씨는 “혼날 줄 알았는데, 그간 보관된 포스터를 보여주면서 가져가도 좋다고 했다”며 “포스터 디자이너가 된 데 큰 영향을 끼친 순간”이라고 했다.

이처럼 원주시민들의 추억이 교차하는 아카데미극장은 시민들의 반대에도 지난해 10월30일 철거됐다. 시민들은 “원형을 간직한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을 지켜야 한다”며 2016년부터 보전 운동을 벌여 왔지만 끝내 좌절됐다.

원주시는 2022년 극장을 32억원에 매입하며 극장의 보전·재생을 약속했다. 하지만 원강수 원주시장이 새로 취임한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원강수 시장 당선자 인수위원회는 “지속적으로 시 재정이 투입돼야 하고 역사적·문화재적 가치도 미비하다”는 등의 이유로 전면 재검토를 권고했다. 이후 원주시는 아카데미극장 철거 방침을 밀어부쳤다.

강원 원주시의 원주 아카데미극장 철거 과정상 위법 행정을 고발하는 원주 아카데미극장 국민고발단이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원강수 원주시장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한수빈 기자

강원 원주시의 원주 아카데미극장 철거 과정상 위법 행정을 고발하는 원주 아카데미극장 국민고발단이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원강수 원주시장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한수빈 기자

극장 보전을 주장해온 시민모임 ‘아카데미의 친구들’ 회원들이 철거로부터 반년쯤이 흐른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모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원 시장이 시민과의 소통 절차 없이 강제 철거작업을 무단으로 자행했고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포함된 아카데미 극장에 대한 문화재 환경평가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원 시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단에는 총 475명이 참여했다. 원승환 ‘아카데미의 친구들’ 활동가는 “극장은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못된 행정의 책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경찰은 엄격한 수사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철거 이후에도 원주 아카데미극장 운영위원회를 조직하고 규탄 및 영상·사진 아카이빙(분류 및 보관)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전우재 아카데미의 친구들 운영위원(29)은 “공간은 사라졌지만 극장이 리모델링됐다면 진행됐을 수 있는 시도들과 공간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이어나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운영위원 19명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극장 철거 과정에서 집회를 방해하는 등 원주시가 보여준 비민주적 행태에 끊임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시청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고발 내용에 대한 주무 부처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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