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탄소 배출량이 평균보다 3.3배 많다고?”···탄소중립 방법 찾는 사람들

강한들 기자
녹색전환연구소·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주최로 지난 20일 진행된 ‘노원구민과 함께하는 1.5도 라이프스타일 워크숍’에 참여한 시민들이 조별 논의를 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녹색전환연구소·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주최로 지난 20일 진행된 ‘노원구민과 함께하는 1.5도 라이프스타일 워크숍’에 참여한 시민들이 조별 논의를 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인숙씨(67)는 지난 20일 노원구 보건소 강당에서 열린 ‘탄소 검진표’를 받아들고서 화들짝 놀랐다. 김씨가 남긴 탄소발자국이 연간 21.249t이고, 1인 탄소발자국의 세계 평균 수치와 비교하면 3.37배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온 탓이다. 그는 “조금 줄여서 입력했는데도 많이 나왔네. 미치겠네”라며 “여행을 너무 좋아해서 많이 줄이긴 어려우니 국내 여행으로 다녀야겠다”고 말했다.

이날 녹색전환연구소·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주최한 ‘노원구민과 함께하는 1.5도 라이프스타일 워크숍’에는 노원구청 직원을 포함해 시민 50여명이 참여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해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주거·교통·먹거리 등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어떻게 바뀔지 알아보자는 취지다.

‘1.5도 라이프스타일’은 파리협약에서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섭씨 1.5도로 제한하기로 한 목표’를 위해 소비의 총량을 늘리지 않으면서 시민의 기본적 필요는 충족시키는 생활 방식이다. 시민의 필요는 충족시키되 그 이상의 소비 확대는 지구의 생태 한계 범위 안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도넛 경제 모델’을 지향한다.

도넛 경제 모델을 설명하는 그림. 사회의 기본적 필요는 충족시키되,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넘지 않는 범위가 ‘인류의 안전하고 정의로운 공간’이라는 구상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도넛 경제 모델을 설명하는 그림. 사회의 기본적 필요는 충족시키되,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넘지 않는 범위가 ‘인류의 안전하고 정의로운 공간’이라는 구상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인숙씨(67)가 지난 20일 ‘1.5도 계산기’ 설문에 응답한 결과를 내보이고 있다. 김씨는 연간 21.249t, 세계 평균의 337%의 탄소발자국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강한들 기자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인숙씨(67)가 지난 20일 ‘1.5도 계산기’ 설문에 응답한 결과를 내보이고 있다. 김씨는 연간 21.249t, 세계 평균의 337%의 탄소발자국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강한들 기자

참석자들은 ‘내가 1년에 남기는 탄소발자국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파악하기 시작했다. 외식·배달음식을 일주일에 몇번이나 먹는지, 커피는 얼마나 마시는지, 옷은 1년간 몇벌이나 샀는지, 가지고 있는 전자제품은 무엇인지 등을 입력하면 ‘1.5도 계산기’가 탄소발자국을 계산한다. 곳곳에서는 “아이고, 전자제품 많이 쓰는데 어떡하나” “여행을 많이 가는데 큰일 났네”하는 ‘곡소리’가 울렸다.

1.5도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세계 1인 평균 탄소발자국 목표 2.5t을 한참 웃도는 결과를 받아든 김씨는 “내가 문제네”라고 혼잣말을 했다. 김씨의 높은 수치는 교통·주거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게 주요 원인이었다. 연간 18t, 세계 평균의 285%의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것으로 계산된 권영옥씨(60)는 김씨에게 “선생님은 한참 줄여야 되겠네요”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고기를 안먹을 수는 없지 않냐” “아내가 옷을 사주는대로 입어서 나한테 결정권이 없다”는 볼멘소리도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스스로가 남기는 탄소발자국을 보고 놀란 시민들에게 사회자는 “배출량이 높다고 비난하지 말자”며 “스스로 얼마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인지하고, 서로 응원·격려하면서 줄이면 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탄소 배출량을 확인한 시민들은 ‘탄소 다이어트 계획’도 세워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확인했다. 배달 음식과 육식을 줄이고, 연간 옷을 다섯 벌 내로 사고, 지붕·베란다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등 본인이 할 수 있는 방안에 체크를 하면 탄소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계산된다. 전자제품 사용을 줄이고, 자전거 사용을 늘리는 등 방안을 실천하기로 한 권씨는 연간 약 4.5t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계산됐다.

녹색전환연구소·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주최로 지난 20일 진행된 ‘노원구민과 함께하는 1.5도 라이프스타일 워크숍’에 참여한 시민이 조별 정책 제안을 발표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녹색전환연구소·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주최로 지난 20일 진행된 ‘노원구민과 함께하는 1.5도 라이프스타일 워크숍’에 참여한 시민이 조별 정책 제안을 발표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약 50만명이 사는 노원구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2018년 정점에 도달한 이후 큰 폭으로 줄지 않고 있다.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노후 아파트가 많고, 자전거 도로 등이 확충되지 않은 점이 온실가스 감축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민들은 ‘생활밀착형’ 대책들을 제안하기도 했다. 국순혜씨(56)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에서 과도한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구매 단계에서부터 자신이 남기는 탄소발자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버스정류장 등 가능한 곳에 식물을 더 많이 심자”거나 “구별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해 서로 경쟁하게 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구청 측에는 “구 행사에서부터라도 일회용품을 퇴출하자”거나 “여름철 페트병에 든 얼음물을 나눠주지 말고 음수대를 설치하자”는 목소리를 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노원구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시민들의 제안을 반영할 계획이다. 배보람 녹색전환연구소 지역전환팀장은 “대부분 교통·주거 부문에서 온실가스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것으로 확인돼 실제 삶에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실천 방안이 필요하다”며 “워크숍을 통해 개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어느 정도이고 사람마다 어떻게 다른지 이해해서 주민이 직접 탄소중립 정책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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