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은 저출생 문제 해결 도구가 아닙니다”…청년 이주민이 말하는 이민정책 방향은?

김송이 기자
이주인권단체 소속 활동가들과 강제 출국된 학생의 가족이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한신대 강제 출국 사건의 책임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사진 크게보기

이주인권단체 소속 활동가들과 강제 출국된 학생의 가족이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한신대 강제 출국 사건의 책임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외국인을 저출생과 인구 소멸 해결의 도구로서 유치하는 것보다 앞으로 이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는 생각으로 불러야 합니다. 지금은 그 준비가 굉장히 미흡한 상태입니다.”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에서 지난 24일 열린 이민정책포럼에서 인도 출신 스리잔 쿠마르 부산외대 교수가 말하자 객석에 있던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를 비롯한 청중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2008년 정부초청 유학생으로 한국에 와 자리 잡은 쿠마르 교수는 “외국인들은 한국의 미래나 지역사회의 인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국에 오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해 오는 것”이라며 “한국형 이민정책을 만들기 위해선 외국인들이 한국의 어떤 장점을 보고 오도록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민학회와 한국외대 글로벌정치연구소가 주관한 포럼의 일환으로 열린 ‘이민청년과 이민정책의 미래’ 라운드테이블에서 쿠마르 교수를 비롯한 청년 이주민들은 한국으로의 이민 경험을 기반으로 한국 이민 정책을 평가했다. 시리아 출신 귀화자 라연우씨, 전남대 박사과정생 재스민 존씨, 이집트 출신 난민신청자로 서울의 한 대학교에 대학 중인 A씨 등 4명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들은 이주민들의 사회통합을 위해선 한국어 교육 등 언어적 측면 외에도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중학교부터 다니기 시작한 A씨는 이주배경 청소년들의 부족한 고등교육 정보 접근성을 지적했다. A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에게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고 말하자 ‘7월쯤 신청이니까 그때 신청하면 된다’고만 하셨다”며 “(이주 배경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희망하다가 정보 부족 때문에 진학을 못 하는 사례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학교에 이주 배경 학생들이 15명 정도 됐지만 대학교에 진학한 건 나를 포함한 2명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주민을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정책적 관점을 비판했다. 존씨는 “석박사 과정을 밟은 외국인 유학생들은 6개월마다 비자를 연장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는 등 미세한 이유로 학업에 제약을 받는다”며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면 단순히 관리의 측면에서만 접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이민정책이 이주민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인식 변화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라씨는 “12년 전 외국인이 건강보험조차 가입할 수 없을 때보단 한국의 외국인 정책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외국인은 ‘돌아갈 손님’으로만 여겨진다”고 말했다. 라씨는 “잠시 다녀가는 사람을 위한 정책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생각은 이제 버리고 이주민도 한국의 미래를 같이 만들어갈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올바른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마르 교수는 “한국은 저출생 때문에 외국인이 필요하다고는 말하면서 외국인의 문화를 이해하거나 함께 살기 위해 소통하려는 이해심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세계 시민의식을 기반으로 한 사회통합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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