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민희진 해임’ 제동···어도어 대표직 유지 “배신 돼도 배임은 아냐”

김나연 기자

재판부 “어도어 독립 모색했으나 실행 안 해”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사진 크게보기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법원이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하이브가 오는 31일 예정된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에서 민 대표 해임안을 의결할 수 없게 되면서 민 대표의 어도어 대표직은 일단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김상훈)는 30일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현재까지 제출된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하이브가 주장하는 (민 대표) 해임 사유나 사임 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며 인용 결정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하이브와 민 대표가 맺은 ‘주주 간 계약’에 따라 하이브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해당 계약에 따르면 하이브는 민 대표에게 해임이나 사임 사유가 없는 한 민 대표가 2021년 11월2일부터 5년간 대표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재판부는 민 대표의 해임·사임 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민 대표가 하이브로부터 어도어 독립을 모색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구체적인 배임 행위는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하이브를 압박해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팔게 만듦으로써 어도어에 대한 하이브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민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방법 모색을 넘어 구체적인 실행행위까지 나아갔다고 보기 어렵다”며 “민 대표의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어도어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법원 결정이 나는 점 등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주주총회 개최가 임박해 민 대표가 본안소송으로 권리 구제를 받기 어려운 점, 잔여기간에 어도어 이사로서 직무를 수행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손해는 사후 금전 배상으로 회복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가처분으로 하이브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시킬 필요성도 소명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하이브가 이날 결정을 어기고 민 대표 해임안을 의결하면 민 대표에게 20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하이브는 31일 예정된 어도어 임시 주주총회에서 민 대표 해임안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어도어의 지분은 하이브 80%, 민 대표 17.8%, 직원 등 기타 2.2%로, 민 대표는 어도어 대표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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