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 침범 사망사고…대법 “중대과실 다시 판단해야” 왜?

유선희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박민규 선임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박민규 선임기자

운전 중 중앙선을 침범해 사망 사고를 냈어도 채무자회생법상 채무 비면책 대상인 ‘중대한 과실’로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재단법인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 A씨를 상대로 낸 양수금 청구 소송에서 A씨 과실이 있다는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남부지법에 사건을 돌려 보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1997년 1월 서울 종로구의 한 고가도로에서 차를 몰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맞은편에 오던 차량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상대 차량에 타고 있던 3명 중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보험사 측은 피해자들에게 보험금 450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A씨를 상대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신 행사하는 소송을 제기해 2012년 9월 승소했다. 보험사 측이 A씨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A씨가 2015년 법원으로부터 파산 및 면책 결정을 받게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면책 대상 채권자목록에 보험사의 채권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은 보험사로부터 채권을 넘겨받아 2022년 A씨 상대로 양수금 청구 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에서 면책 결정을 받았기 때문에 구상금 채권을 갚아야 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소송의 쟁점은 A씨가 중앙선을 침범해 낸 사고를 ‘중대한 과실’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채무회생법상 채무자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해 발생한 손해배상은 면책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1·2심 재판부는 A씨의 사고가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과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채권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면책결정 확정에도 A씨의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중앙선을 침범해 사고를 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중대한 과실이 존재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비면책채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채무자회생법상 중대한 과실이란 채무자가 조금만 주의했다면 생명이나 신체 침해를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는 등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는 것을 뜻한다”며 “A씨는 다른 사고의 발생을 피하려는 과정에서 중앙선을 침범하게 된 것으로 보이고 사고 당시 제한속도를 현저히 초과해 주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은 사정은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직접적인 기준이 될 수 없으므로, 중대한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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