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법개혁 후퇴 논란 ‘사법정책자문위원회’ 명단 공개···여성은 1명

유선희 기자

7명 외부위원…비법조인은 언론인 1명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해 12월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중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해 12월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중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이 10일 외부 자문기구인 ‘사법정책자문위원회(자문위)’에 참가할 위원 7명을 발표했다. 자문위는 재판 지연을 비롯해 사법부가 당면한 과제의 해결책을 검토·자문하는 역할을 맡는다. 자문위는 지난 10년 동안 가동되지 않았는데 대법원은 ‘사법농단 사태’를 계기로 사법행정 권력 분산을 위해 도입한 ‘사법행정자문회의(자문회의)’를 폐지하는 대신 3기 자문위를 새로 꾸렸다. 자문위원은 대부분 법조인으로 채워졌고 여성은 1명에 그쳤다. 사법개혁 후퇴 우려와 함께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기에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자문위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7명 인선 내용을 발표했다. 자문위는 법원조직법에 명시된 자문기구다. 위원장 1인을 포함해 대법원장이 위촉하는 각계각층 인사 7명으로 구성된다. 위원은 모두 외부위원으로 구성됐다. 변호사가 5명으로 가장 비중이 컸다. 여성은 1명에 불과했다.

위원장은 권오곤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71)가 맡는다. 위원에는 김영화 한국일보 뉴스룸 국장(51),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 회장(60), 이경춘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63), 전원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8), 조현욱 ‘The 조은’ 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58), 차병직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65)가 위촉됐다. 김 변협회장은 자문회의에도 참여했었다. 유일한 여성인 조 변호사는 전주·인천지법에서 부장판사로 일했고, 제10대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을 지냈다. 전 교수는 법원행정처 정보화담당관과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거쳐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일했다.

이런 구성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사법개혁 핵심 정책으로 만들어진 자문회의와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 자문회의는 대법원장을 의장으로 하고 법관 5명, 외부전문가 4명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김 전 원장 시절 마지막으로 열린 자문회의는 여성 위원이 2명이었다. 법관 위원 중엔 평판사도 있었다. 법원 내에선 “부장과 평판사 간에도 생각 차이가 달라 평판사들의 회의 참석은 큰 의미가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자문위로 회귀하면서 법원 내 인사는 모두 빠졌고 평판사의 목소리가 반영될 통로도 막혔다.

10년 만에 사법정책자문위원회로 회귀

자문회의 폐지와 자문위 복원은 지난해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 예고된 수순이었다. 자문회의는 대법원 규칙에 따라 설립돼 근거가 약하지만 자문위는 법원조직법에 설치 근거가 명시돼 있다는 명분을 들었다. 천 처장은 지난달 30일 법원 내부망에 공지를 올리고 “대법원장께서는 전국법원 순회 방문 등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친 끝에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제도 개선 노력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제3기 자문위 운영을 결정했다”고 알렸다.

자문회의 폐지 방침을 두고 시민단체에선 일찌감치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발생한 사법농단 사건 이후 사법행정권 분산·견제 필요성에 따라 자문회의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사법개혁 후퇴라는 인식이 있다. 그간 자문위가 사실상 ‘대법원장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우려도 있다. 사법농단 사건의 배경엔 양 전 원장이 무리하게 추진한 ‘상고법원’ 도입이 자리잡고 있는데, 자문위는 양 전 원장의 정책을 지지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의 법 운영과 사법체계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수요들을 반영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번에 발표된 위원 구성으로는 대표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법원장이 부의하는 안건에 대해서만 자문을 해주는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대법원장의 권한을 견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자문위는 2009~2010년 이용훈 전 대법원장, 2013~2014년 양 전 원장 시절에 가동됐다. 1년 임기로 운영되는 3기 자문위에서는 대법원장이 안건으로 부의한 사법제도 개선 방안을 포함해 재판절차와 법관인사제도, 법원공무원 관련 제도 개선, 사법정보화 등을 심의 안건으로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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