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7개월 만에 공개 재판으로···위법 논쟁 계속

김나연 기자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월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탈북어민 북송 사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월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탈북어민 북송 사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흉악범죄를 일으키고 월남한 북한 어민들을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낸 사건에 대한 재판이 약 7개월 만에 공개 재판으로 열렸다. 검찰은 정부의 강제북송 결정에 법률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신문을 이어갔지만 문 정부 관계자들은 탈북 어민들이 법적으로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허경무)는 10일 오전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 대한 13차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2019년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탈북 어민 2명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도록 지시한 혐의, 탈북 어민들이 한국에서 국내 법령과 절차에 재판받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날 재판은 지난해 11월 첫 재판 이후 약 7개월 만에 열린 공개 재판이었다. 지난달까지 재판부는 전 국정원 차장 등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국가 기밀 보호 등을 이유로 11차례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사건 당시 김 전 장관의 비서관이었던 황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황씨는 김 전 장관이 보낸 ‘탈북 어민 회의 결과’를 통일부 인도협력국장이었던 서모씨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검찰은 황씨가 김 전 장관으로부터 받은 ‘탈북 어민 회의 결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제시하며 강제북송 조치를 하는데 근거가 된 법령들에 대해 물었다. 해당 메시지를 보면 당시 통일부는 “북한 선원 2인은 귀순자가 아니라 흉악범죄인이므로 북한이탈주민보호법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난민법 19조에도 인도주의에 반하는 중대한 범죄자에 대해선 난민 적용이 불가하다”고 했다. “범죄인인도법 4조에 따르면 범죄인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인도청구에 응한다는 보증이 있을 경우 범죄인 인도가 가능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검찰은 이에 대해 “난민법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우리 국민이라서 난민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 적 없냐”고 물었다. 또 “범죄인인도법은 우리 국민이 아닐 때, 즉 외국인임을 전제로 재판을 진행해서 (범죄인을) 보내는 것”이라며 “법령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개진한 적 있냐”고 질문했다. 황씨는 모두 “없다”고 대답했다. 황씨는 “저는 이 사건 관련해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전달자 역할만 했지, 판단하거나 주의 깊게 보려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첫 공판에서도 검찰은 탈북 어민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송한 것은 법령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살인자라고 한들 국내 수사와 재판을 통해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할 수 있고, 그것이 헌법상 핵심가치인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온당한 처사”라며 탈북 어민을 국내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피고인 측은 탈북 어민들이 북한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한 점을 강조하며 국내 사법절차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귀순 의사와 관계없이 “국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 사람으로서 북송 필요성이 있었다”고 했다.

앞으로 재판은 국가 안보 사항 등이 다뤄지지 않는 한 공개를 원칙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서훈 전 국정원장 측에선 “비공개 문건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질문 내용 안에 비공개 사안이 녹아있을 수 있고, 특정이 어렵다”며 “비공개로 해야 하는 부분을 건건이 분리해 심문하는 게 불가능하면 비공개 진행을 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비공개 재판을 요청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재판 원칙상 공개가 맞다”며 “기일별, 사안별로 (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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