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대화자리 마련하는 정부·국회··· 예고된 휴진에는 엄정 대응

이혜인 기자
1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1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다음주부터 의료계의 무기한 휴진과 집단 휴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와 국회가 의료계 요구사항을 듣기 위한 대화자리를 속속 마련하고 있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의·정 갈등 국면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의사 노쇼는 불법”이라며 엄정대응 방침을 내세우면서도, 의료계의 수련규정 변경 요구 등을 검토하며 수습책도 검토하고 있다.

13일 국회와 의료계 등의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오는 16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와 만나기로 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시작하기 하루 전날이다. 국회 복지위 관계자는 “국회가 상황을 중재해야한다는 인식은 예전부터 있었고, 집단휴진 예고 등 상황이 심각하게 굴러가고 있으니 복지위 구성이 되자마자 민주당 의원들이 중심이 돼 먼저 만남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오승원 서울대병원 교수는 “국회 복지위에서 먼저 만남 제안이 와서 동의했다”며 “현재 병원과 의대의 상황, 저희의 요구조건을 설명하고 국회의 역할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도 의료계와 비공식 대화 자리를 계속 마련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복지부는 수련병원들에 비대면 간담회를 요청했다. 이날 수련병원 기획조정실장과 수련부장들은 복지부에 사직 전공의들이 재수련을 받을 경우 이른 복귀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풀어달라고 건의했다.

‘전공의 임용시험 지침’상 수련 기간 도중 사직한 전공의는 1년 이내에 같은 과목, 같은 연차에 복귀할 수 없다. 전공의 선발은 통상적으로 매해 3월에 진행하고, 9월에 결원분만 소폭 임용한다. 이때문에 6월 사직서가 수리된 전공의들은 규정대로면 2026년 3월에나 돌아올 수 있다. 이들이 올해 9월이나 내년 3월에 수련을 시작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것이 병원 측의 요구다.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퇴직금 정산을 위해 퇴직 시점을 사직서 수리명령이 철회된 6월이 아닌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난 2월로 해달라고도 건의했다.

복지부는 아직은 의견을 청취하고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료계를 대변할 수 있는 단체와는 비공식적으로 채널을 가동해 계속 대화하고 있다”며 “지금 막 대화가 시작됐기 때문에 실무 차원에서 논의되는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 요구를 청취하는 것과는 별개로 정부는 예고된 휴진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지자체와 협력해 총 3만6000여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을 완료했다. 이날부터 집단휴진 피해 사례에 대한 피해신고지원센터의 업무 범위를 의원급까지 확대했다. 전 실장은 의료계 휴진 예고에 “집단 진료거부를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는 행위이며, 전공의 복귀를 어렵게 하고 의료 정상화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 주도의 집단휴진이 예고된 오는 18일에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당일진료를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정기휴진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이미 예약이 된 환자에게 일방적으로 진료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 의료법이 금지하는 진료 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 전 실장은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비상진료체계를 굳건히 유지하면서 불법행위에는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환자가 아니라 의사가 노쇼(no show·일방적 예약취소) 하면 안 되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등을 시작으로 17일부터 휴진에 돌입하는 의대 교수들에 대해서는 행정명령을 내리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전 실장은 “기존에도 그런 결정(휴진)을 하고도 실질적으로 대부분 교수님들이 진료를 했다”며 “제때 수술을 못 받거나 병이 더 위중해진다든지 하는 경우가 발생이 많이 되면 막기 위한 조치는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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