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합격자 이력 나열하며 “성향 뻔해”…인권위 위원 맞나

전지현 기자

김용원·이충상, 회의서 ‘세월호 특조위’ 등 경력 불만 토로

“위원 보좌 인력 왜 사무처서 뽑나”…공정성 해치는 발언도

공공기관 고위 임원이 외부 심사위원이 서류 및 면접 전형을 거쳐 선발한 사원의 이력을 문제 삼으며 공개 석상에서 “성향이 어떤지 명백하다”고 비꼰다면? 이런 일이 인권에 관한 법령과 제도를 연구하고 인권침해행위 및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를 담당하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벌어졌다.

1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은 지난 13일 열린 인권위 제12차 상임위원회에서 ‘전문임기제 나급(3명·5급 상당)’ 경력 채용 과정에 자신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이 상임위원은 합격자의 이력을 나열하며 못마땅해했다. 그는 “한 명은 경력이 아예 민주당 의원실 비서관, 세월호 특조위 조사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팀장”이라며 “성향이 어떤지 명백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합격자의 연구실적을 읊기도 했다. “소수자 기본권, 혐오표현 민주주의, 헌법상 성평등의 현재적 이해와 이행방향….” 남규선 상임위원이 “여기서 말할 내용이 아닌 것 같다”고 제지했지만 그는 “이름은 말하지 않는다”고 되받았다.

특별법에 의거해 설립된 재난 조사기구와 과거사 조사기구의 근무 경력을 두고 “성향이 어떤지 명백하다”며 부정적 평가를 내놓은 이 상임위원의 발언은 세월호 참사나 과거사 진실규명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력을 보고 성향을 알 수 있다는 인식부터 문제”라며 “특히 인사문제는 경거망동해선 안 되는 민감한 분야인데, 다른 곳도 아닌 인권위에서 나왔다기에는 믿기 힘든 심각한 발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인권위 상임위원 자격이 있는 분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김·이 상임위원의 요구는 그들을 보좌하는 업무를 할 사람을 뽑고 배치하는 과정에 자신들의 의사를 반영해달라는 것이다. 김 상임위원은 “상임위원실에 배치할 보좌 인력을 새로 뽑으려면 각 상임위원을 참여시켜서 뽑아야지, 상임위원이 사무처가 뽑아서 배치해주는 걸 수용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는 채용과정의 공정성·투명성을 높이려는 인사 제도와는 거리가 있는 요구라는 반론이 나왔다. 남규선 상임위원은 이날 “과거엔 인권위 상임위원 정책비서는 별정직으로 지명해서 채용할 수 있었지만, 그건 20년 전에나 가능했다”며 “그 누구도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한다는 건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권위는 이번 채용 과정에서 공식절차를 밟았다. 인권위 ‘외부인사’로 구성된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합격자가 선발됐다. 이들은 서류 확인 절차에서 문제가 없으면 이달 말쯤 임용될 예정이다.

김 상임위원은 새로 채용될 인원이 아닌 인권위 기존 직원 중 한 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상임위원은 회의에서 “김 상임위원은 셋 모두에게 일을 안 시키려 한다고 했다”며 “한 명을 어느 부서엔가 근무하게 하고, 김 상임위원이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을 (상임위원실로) 보내는 방안이 있다”고 했다.

인권위 사무처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애당초 채용 공고에 올린 담당 업무가 ‘상임위원의 회의 안건 검토·결정문 초안 작성 등 상임위원 보좌’이기 때문에 임의로 직무 변경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상임위원은 지난 18일 기자와의 통화·문자에서 “상임위원 전속 정책비서의 배치에 대해 상임위원의 거부권이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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