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도 “최저임금 하향 차등적용? 타당성 없다”

조해람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가 지난달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고 있다. 정효진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가 지난달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고 있다. 정효진 기자

국회 입법조사처가 정부·경영계의 ‘최저임금 업종별 하향식 차등적용’ 주장을 두고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밝혔다.

입법조사처 권다영 입법조사관보와 차동욱 입법조사관은 21일 발간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보고서에는 차등적용의 법적 근거와 해외 주요 사례를 검토한 결과가 담겨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의 법적 근거는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업종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는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이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차등적용이 가능하다고도 볼 여지가 있지만, 제4조 1항을 ‘현재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 설정을 곧바로 가능하게 하는 근거’로 보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며 “차등적용이 제도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최저임금의 본질적 취지가 훼손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업종별 지불능력 차이 때문에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두고는 “법률에 명시된 기준이 아닌 ‘지불능력 차이’를 곧바로 차등적용을 정당화하는 요소로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현행 최저임금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이유가 단지 업종별 지불능력 차이에 있다고만 설명하기에는 명확한 근거가 없고, 사용자의 법준수 의식의 차이, 기업의 규모 등도 그 차이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를 보면 최저임금에 차등을 두는 해외 주요국은 일부 업종의 최저임금을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게 설정하는 ‘하향식 차등적용’이 아니라,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정하는 ‘상향식 차등적용’을 하고 있다. 독일은 법정 최저임금이 있지만 대다수 노동자는 업종별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정한 업종별 최저임금을 적용받는다. 단체협약으로 정해진 업종별 최저임금은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은 때에만 최저임금으로 인정된다.

호주도 법정 최저임금을 두되 업종별 노·사 단체협약을 통해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은 최저임금을 정한다. 일본은 지역별 최저임금을 두면서 일부 업종에는 그보다 높은 ‘특정 최저임금’을 두고, 둘 모두를 적용받는 업종은 더 높은 쪽을 택하도록 하고 있다. 연구진은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은 근로자가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보완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연구진은 ‘하향식 차등적용’ 논의를 두고 “과학적이고 보다 객관적인 통계, 그리고 현재 최저임금이 최저임금법이 의도한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입증하는 과정 없이는 그 타당성을 가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연구진은 이어 “향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을 논의할 땐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으로서 인간의 존엄성 보장과 근로자의 생활 안정 등을 유념해야 한다”며 “또한 근로자가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업종별 차등적용을 위한 법률상 명시적 근거 조항 마련, 과학적 통계 제시 등이 전제된 아래에서 이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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