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니 ‘사람’이 보였다···요금 오르고 배달지역 줄어든 ‘배민 멈춤’의 날

강한들 기자    오동욱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배달 라이더X배달 상점주 배달플랫폼 갑질 규탄대회’가 열린 21일 배달 라이더들이 오토바이에 배달의 민족에 대한 항의 스티커를 붙이고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수빈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배달 라이더X배달 상점주 배달플랫폼 갑질 규탄대회’가 열린 21일 배달 라이더들이 오토바이에 배달의 민족에 대한 항의 스티커를 붙이고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수빈 기자

21일 오전 11시40분 본격적으로 점심 주문이 밀려들 때였지만 서울 강동구의 한 배달 전문 A음식점에서는 음식 냄새가 나지 않았다. “보통 11시30분이면 그래도 한 건은 들어 오는데…”. 4분 뒤 ‘배달의민족 주문’ 알림이 울렸다. 5만 400원어치 첫 주문이 들어왔다. 이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A음식점에 들어온 단 한 건의 주문으로 기록됐었다.

A음식점 사장 윤지훈씨(46)는 이날 대형 배달플랫폼 ‘배달의민족’에 항의하기 위해 이 같은 불황을 ‘자초’했다. 배달의민족은 일반 고객들이 배달의민족에서 음식을 주문할 경우 ‘배민 배달’ 음식점과 ‘가게 배달’ 음식점으로 어플리케이션(앱) 내 코너가 나눠지도록 해놨는데 이 정책이 음식점 업주와 배달라이더 두 주체 모두를 고통에 빠지게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1월부터 자체 배달라이더를 고용해 배달시키는 ‘배민 배달’을 운영하면서 기존의 배달 대행사를 이용한 배달은 ‘가게 배달’로 이름을 바꿨다. 이는 배달라이더를 배달의민족 소속으로 모으는 식으로 독식하는 체계로 귀결됐다. 이렇다보니 배달라이더는 배민에 소속돼야 그나마 돈을 벌 수 있게 됐다. 앱 화면에서 ‘배민 배달’이 훨씬 눈에 잘 띄게 해두면서, 점주들도 ‘배민 배달’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배달라이더는 지급받는 수수료가 적어졌고 자영업자인 음식점주들이 내는 수수료는 매출이 늘수록 늘었다.

윤씨가 매출을 포기하면서까지 ‘배민 배달’을 쓰지 않고 이날 하루만은 ‘가게 배달’을 선택한 것은 이 때문이다. 윤씨는 “배달의민족이 앱 화면 구성을 바꾼 이후로 이익률이 60% 이상 줄었다”며 “2배 더 몸을 갈아 넣어도 같은 돈을 벌게 되는 불공정한 상황에 대한 항의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윤씨처럼 ‘배민 배달’ 주문을 받지 않는 식의 행동은 여기저기서 이어졌다. 경기 화성시에서 음식점을 하는 C씨, 서울 동대문구에서 음식점을 하는 D씨의 매장은 이달 기준 ‘배민 배달’ 비중이 각각 69%, 73%에 달한다. 윤씨는 “이윤만 따지면 가게배달을 20건 할 때, 배민 배달은 뼈가 빠지게 일해서 40건을 해야 수익이 비슷할 것”이라며 “배민의 수수료에 부담을 느낀 점주들이 음식 가격을 올리게 될 거고, 외식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달 라이더 온라인 커뮤니티 ‘배달세상’ 등에서는 21일 ‘수입 0원’을 인증하며 항의 행동에 참여하기를 독려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배달세상 갈무리

배달 라이더 온라인 커뮤니티 ‘배달세상’ 등에서는 21일 ‘수입 0원’을 인증하며 항의 행동에 참여하기를 독려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배달세상 갈무리

자영업자뿐 아니라 배달라이더들도 이 같은 항의 행동에 동참하고 나섰다. 라이더들은 배민에서 들어오는 배달을 거부했다. 이날 배달 라이더 온라인 커뮤니티 ‘배달 세상’ 등에서는 ‘배달 0건’을 인증하며 항의 행동에 참여하기를 독려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들은 “아예 아쉬움도 못 느끼게 술을 마셨다” “최소한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라” 등 반응을 보였다. 배달의민족이 ‘보너스’ 배달비를 주겠다는 안내 알림을 보냈지만 “그래도 안 나가” 등 반응도 이어졌다.

일하는 라이더가 줄어들자 일부 지역에서는 자동적으로 각 음식점 매장의 배달 범위가 줄었다. 배달 단가도 급격히 올랐다. 서울 중구 한 피자집 사장 B씨는 “라이더가 부족하면 배달 권역(매장에서 배달 갈 수 있는 최대 거리)을 줄이더라”며 “아직 한가한 오전 11시 30분쯤인데 배달 권역을 줄이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이나 인천 등에서는 기존 3000~6000원 정도였던 배달 단가가 최대 건당 9000원을 넘기는 지역도 나왔다.

서울 강동구에서 배달 전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윤지훈씨(46)가 21일 첫 배달 주문을 접수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서울 강동구에서 배달 전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윤지훈씨(46)가 21일 첫 배달 주문을 접수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이날 라이더와 점주 총 200여명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플랫폼 갑질 규탄대회’를 했다. 이들은 라이더 배달 최저 단가를 마련하고, 상점주에게 부여되는 과도한 수수료를 규제하라고 요구했다. 자영업자인 김성훈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전국사장님 모임’ 회원은 “플랫폼은 라이더 배달 단가를 낮추고, 업주들에게는 배차 지연을 유발해 두 집단을 이간질한다”며 “우리가 서로 갈등할수록 배달의민족만 돈을 벌어간다”고 말했다. 집회를 마치고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당사,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가 “국회가 배달플랫폼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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