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퇴직 후 보상금 뒤늦게 청구한 노동자, 대법원 “청구 가능”

유선희 기자
대법원 전경. 한수빈 기자

대법원 전경. 한수빈 기자

직무를 수행하며 발명을 하고 퇴사한 직원이 발명에 따른 보상금을 뒤늦게 청구했을 때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현행이 아닌 재직 당시 규정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A씨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직무발명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삼성전자에서 세탁기 필터와 관련한 기술 10건을 발명해 1997년 8월 회사에 특허권을 넘겼다. 회사는 특허출원을 마치고 1999년부터 A씨가 개발한 필터를 장착한 세탁기를 판매했다. A씨는 1998년 회사를 그만뒀다.

A씨는 퇴사로부터 약 17년이 흐른 2015년 11월 삼성전자에 회사 기술 6건에 대한 직무발명 보상금 달라고 신청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A씨가 신청한 일부 직무발명에 대해선 보상하지 않기로 하고 보상금 합계 5800만원으로 산정해 통보했다. A씨가 불복하면서 소송으로 이어졌다.

재판에서 쟁점은 직무발명보상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어떤 기준으로 봐야 하는지 여부였다.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일반 채권과 같이 10년이다. 10년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청구권은 자동으로 사라진다는 뜻이다.

문제는 10년을 따지는 시작점을 언제로 봐야 하는가이다. 삼성전자가 1995년에 개정한 사내 직무발명보상 규정은 보상금 지급시기를 ‘특허가 회사 경영에 공헌한 것으로 인정되는 시점’으로 정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회사가 보상금 지급을 결정하는 때가 소멸시효 계산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2016년 A씨의 청구에 의해 직무발명 보상금을 책정한 시점이 소멸시효 계산 시작점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2001년 1월1일부터 시행된 새 보상지침을 세웠는데 여기엔 지급 시기를 따로 정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새로 만들어진 보상지침을 적용해야 한다고 보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삼성전자의 새 보상지침에 따라 2001년 1월1일부터 10년 이상 지난 A씨의 청구는 소멸시효가 끝났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가 퇴사했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001년 보상지침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즉 1995년 보상지침을 적용해야 하고, 이 경우 A씨가 삼성전자에 보상금 청구가 가능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A씨와 삼성전자 사이에 2001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을 적용하기로 합의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러므로 A씨의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금청구권 행사에는 2001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이 아니라 1995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A씨에게 5800만원을 주기로 한 회사의 결정이 타당한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사건을 돌려받은 특허법원이 다시 심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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