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발달, 환경에는 호재일까 악재일까

이홍근 기자
인공지능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급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AI)이 전세계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사용에 있어서도 주요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AI를 이용하면 불필요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여러 똑똑한 방법을 개발할 수 있겠지만, AI가 그렇게 똑똑해지기까지 학습하는데 이미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버리기 때문이다. AI 발전이 인류의 구원자가 될 수도, 파괴자가 될 수 있다는 엇갈린 전망은 기후와 에너지 분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23일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등을 보면 AI 기술과 데이터센터 등에 필요한 전력 수요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AI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해 학습하고 정보를 만드는데, 이를 위해선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필수적이다.

IEA는 지난 1월 발표한 ‘2024 전력 보고서’를 통해 2022년 가상자산과 AI가 소비한 전기는 460테라와트시(TWh)로 추산하고, 2026년엔 최대 1050T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2022년 한국의 전력소비량이 568TWh임을 고려하면, 한 국가가 한 해 소비하는 전체 전기가 AI와 가상자산 채굴에 쓰이고 있는 것이다. 열이 나는 AI칩을 식힐 때도 막대한 전기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가 쓰고 있는 전력도 2021년 409만3423메가와트시(MWh)에서 2023년 495만8111MWh로 늘어난 상태다.

구체적으로 구글과 같은 검색 도구에 AI를 접목할 경우 전력 수요는 10배 가까이 늘어난다. 구글 검색을 한 번 할 때 사용되는 전력은 0.3Wh인데, 챗GPT는 검색할 때마다 2.9Wh의 전력을 사용했다. 매일 90억건이 검색되므로, 연간 약 10TWh의 추가 전력이 필요한 셈이다.

한국 정부도 지난달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발표하면서 경제성장, 인구 전망 등을 감안한 전력수요 외에 앞으로 추가로 필요한 에너지 수요량을 2038년 16.7GW로 전망했다. 정부는 “AI의 영향으로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2030년에는 2023년 수요의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추가 필요량을 원전과 LNG(액화천연가스) 로 충당하겠다고 했다. AI 산업 확대가 화석연료 확대와 개발 확대로 이어진 것이다.

전력 수요 증가는 환경 파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늘어난 만큼의 수요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더라도, 발전소와 송전선로 등 기반 시설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개발 사업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들은 화석연료 발전소 가동을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조지아주 주요 전력회사는 늘어난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미시시피와 플로리다의 화석 연료 연소 발전소에서 전력을 구매하고, 조지아에 새로운 가스 연소 터빈을 건설하겠다고 공표했다. 캔자스 지역 전력사도 석탄발전소 운영을 2028년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AI가 환경을 보존하고 기후위기의 가속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예를 들어 토양을 오염시키는 제초제 대신 트랙터가 잡초를 구분해 제거할 수 있게 되고, 세탁기는 세탁물의 오염도를 학습해 세제 투입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강에 설치된 센서는 녹조의 양을 계산해 조기 경보를 울리고, 교통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분배해 내연기관 사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리를 이용해 불법 벌목업자들을 구별해낼 수도 있다.

결국 AI로 인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아직 불확실한 영역에 있는 반면 막대한 에너지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명확한 사실인 것이 현재 상황이다. 최근에는 AI로 인한 탄소 배출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연구진과 세계 최대 머신러닝 플랫폼 허깅페이스 소속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AI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제품들의 인기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연구 결과 AI 시스템에 필요한 에너지 양과 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방출하는 탄소의 양을 고려할 때 (AI는) 환경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발표한 ‘생성형 AI의 장점 확대 : 재정 정책의 역할’ 보고서에서 “AI 서버가 소비하는 많은 양의 에너지를 고려할 때, 관련 탄소 배출량에 대한 세금 부과는 기술 가격에 외부 환경 비용을 반영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AI가 많은 전력을 빨아들이고 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세금을 부과해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IMF는 “AI는 증기기관 같은 이전의 기술 혁신과 달리 훨씬 더 빠르게 확산할 수 있고 기술 발전 역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AI로 인한 경제적 격변에 직면한 정부는 AI 관련 탄소 배출에 상응해 초과이익에 대한 세금, 녹색 부과금을 포함한 재정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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