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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서사 아카이브

아이돌에 “AV 배우 데뷔해달라” 발언 올리고 사과 소동

자극적 소재 무방비 노출…“성 상품화·젠더 감수성 둔감”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일본 AV(성인 비디오) 배우가 여성 아이돌에게 “AV 배우로 데뷔해 달라”고 발언하는 장면을 그대로 방영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유튜브 채널 등 미디어들이 국내에선 엄연히 불법인 일본 AV 산업 종사자들을 유행처럼 출연시키면서 성 상품화와 인권침해 문제는 눈을 감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조회수 올리기에 급급해 인권 감수성과 성인지 감수성을 내팽개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노빠꾸 탁재훈’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게스트로 출연한 일본인 AV 배우가 여성 아이돌 MC에게 “몸매가 좋으니까 (AV 배우로) 꼭 데뷔해 달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유튜브 캡처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노빠꾸 탁재훈’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게스트로 출연한 일본인 AV 배우가 여성 아이돌 MC에게 “몸매가 좋으니까 (AV 배우로) 꼭 데뷔해 달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유튜브 캡처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노빠꾸 탁재훈’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게스트로 출연한 일본인 AV 배우가 여성 아이돌 MC에게 “몸매가 좋으니까 (AV 배우로) 꼭 데뷔해 달라”고 발언했다. 이러한 발언에 여성 MC가 당황하는 모습, 다른 MC들이 이 모습을 보며 웃는 장면이 영상에 담겼다. 누리꾼들은 “성희롱하고 모욕해도 칭찬이라고 우기면 그만인 게 포르노 양지화의 불쾌한 진실” “한국에서 AV는 불법인데 이런 발언은 제작진이 걸러냈어야 한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노빠꾸 탁재훈’ 제작진은 사과문을 올리고 “새 MC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며 “탁재훈씨가 만류를 했지만 재미만을 위해 편집하는 과정에서 탁재훈씨의 의도가 드러나지 않게 편집됐다”고 사과했다. 논란이 된 장면은 해당 영상에서 삭제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재미와 자극만이 콘텐츠 제작의 기준이 된 뉴미디어의 현실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지금 미디어 생태계에서는 한정된 자원인 시청자의 ‘관심’을 쟁탈하기 위해 AV 관련 콘텐츠처럼 기존 미디어에서는 차마 다루지 못했던 것들을 다루는 식으로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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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은 포르노가 불법인데도 이를 제안하는 발언이 무분별하게 노출됐다”며 “유튜브는 심의나 제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보니 인권 감수성, 젠더 감수성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모든 것을 ‘예능화’해 문제의식을 둔감하게 만든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AV 산업을 예능처럼 소비하는 콘텐츠들이 많아지며 관련 논란이 이어졌다. 지난해 넷플릭스가 방영한 <성+인물>은 일본 AV 산업 종사자를 인터뷰하는 등 성 산업 종사자들을 다루면서 AV 산업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직업 소개 영상을 제작하는 한 유튜브 채널이 지난해 공개한 일본 AV 배우 인터뷰는 200만회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미디어가 AV 산업이 야기하는 문제는 외면하고 “AV 배우에 대한 욕망만 구체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김 교수는 “일본의 AV 산업은 여성 착취적인 구조, 불공정 계약의 문제가 꾸준히 터져 나오고 있는데도 국내에서는 AV 배우를 직접 보고 만지는 페스티벌이나 AV 배우와의 성매매 알선 처럼 AV 배우에 대한 욕망을 현실에서 구체화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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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일본 AV 관련 사건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은 일본인 여성들을 국내에 입국 시켜 성매매를 알선한 일당을 구속기소 했다. 지난 4월에는 AV 배우들을 초청해 열려다 당국의 불허로 무산된 성인 페스티벌에서 성매매 알선 행위가 이루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주희 덕성여대 교수는 “AV 배우가 등장하는 콘텐츠에서는 주로 남성의 시각에서 제작된 AV의 협소한 성적 판타지가 되풀이 된다”며 “이는 ‘성 엄숙주의’를 깨는 것이 아니라 여성 혐오적인 성적 판타지를 재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AV 배우에 대한 비난보다는 이런 콘텐츠를 만들고 여성의 몸을 성애적으로만 재현하는 제작자의 시각을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han.kr · 배시은 기자 sieunb@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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