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1개 전지에서 불 시작
100% 충전 일차전지 특성상, 위험성 더 커
진압된 것처럼 보여도 고온으로 위험
경기 화성시의 리튬전지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리튬 배터리 화재의 위험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리튬 전지 화재가 발생하면 폭발의 위험과 함께 유독 가스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화재에서도 화재 발생 후 배터리 폭발이 이어졌고, 배터리에서 나온 유독 가스 때문에 구조대 진입이 어려웠다. 특히 이 공장은 군납용으로 일차 리튬전지(일차전지)를 생산하던 곳으로, 일차전지는 화재시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이날 화재 현장에서 리튬전지의 상태를 살핀 나용운 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는 “(전기차 배터리 등 여러번 충전해 쓸 수 있는) 이차전지는 화재 위험 때문에 50% 정도만 충전해 출고하는 반면, 일차전지는 100% 완충된 상태로 제조된다”면서 “에너지가 가득 차 있어 화재가 발생하면 그 위험성이나 폭발의 가능성이 이차전지보다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차전지와 이차전지 모두 리튬 배터리인 만큼 화재가 발생하면 진화가 매우 어렵긴 마찬가지이다. 내부에서 계속 열이 발생해 불이 꺼진 것처럼 보여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이번 화재에서는 일차전지에 리튬이 극소량만 포함돼있어 소방당국은 다른 일반적인 화재처럼 물을 사용해 불을 진화했다고 밝혔다.
나 연구사는 “이번 공장에서 확인된 배터리는 리튬분말을 사용한 것이 아니고, 리튬이 포함된 전해액이 적셔진 극재가 종이 형태로 말려져 있는 것”이라며 “원재료 200ℓ 당 리튬은 5kg 정도라 폭발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관찰된 폭발 현상은 리튬에 물이 닿아 일어난 폭발이라기보다 열폭주 현상으로 나온 수소 등 가연성 가스에 불이 붙으면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나 연구사의 설명이다. 이 폭발이 연쇄작용을 일으켜 리튬전지가 사방에 로켓처럼 날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리튬 배터리 화재는 보통 열폭주로 일어난다.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액 등으로 구성된 배터리에서 분리막이 손상되면 양극과 음극이 접촉해 과열되면서 화재가 발생한다. 이때 가연성 가스인 수소와 일산화탄소, 불산 등 유독 가스가 발생해 피해를 키울 수 있다.
다만 환경부는 이번 사고 공장에서 제조된 리튬전지의 경우 불소가 포함되지 않은 리튬화합물을 사용해 화재로 불산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리튬 배터리 화재의 경우 케이스에 밀봉된 상태로 물에 접촉할 가능성이 없다면 물로 냉각할 수 있다. 반면 리튬이 다량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면 물과 반응해 화재가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마른 모래와 팽창질석·팽창진주암을 사용해 차단하는 방법을 쓴다. 일반 화재에 쓰는 소화기처럼 쓸 수 있는 소화약재를 개발하고 있으나 아직 초기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