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중국 장수성서 처음 발견
국내에선 2018년 인천서 첫 출몰
기후변화로 개체수 폭증 가능성
몇 년 전까지 이름조차 생소했던 붉은등우단털파리(일명 러브버그)가 최근 매년 여름마다 서울을 뒤덮는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벌레, 러브버그 등이 대량 출몰하는 것은 결국 기후위기로 인한 기온상승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무분별한 화학적 방제를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수생물학회와 국립생물자원관은 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곤충 대발생을 주제로 국제 학술대회를 열었다. 학술대회 참석자들은 러브버그와 미국선녀벌레, 대벌레, 동양하루살이 등 집단 발생 기록이 있는 곤충들의 현황과 대발생의 원인 등을 발표했다.
최종환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연구원은 러브버그가 1934년 중국 장수성 지방에서 처음 발견돼 신종 기재됐다고 소개했다. 중국 남부지방과 대만에 주로 분포하던 러브버그는 1996년 일본 야야마 제도로 건너갔고 2015년엔 오키나와 본섬에서도 발견됐다.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된 것은 2018년 인천에서였다. 다만 자료가 부족해 중국이 기원지가 맞는지, 어떤 경로로 한반도에 유입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반도에서 러브버그 개체수가 폭증한 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상승 탓일 가능성이 있다. 변다현 서울대 연구원은 “원래 아열대 지역에서 살던 러브버그가 위도가 높은 한국에서 발견되었다”면서 “기후변화의 영향일 수 있다”고 했다. 2022년 12월 미국 곤충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종합적 유해생물 관리’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기온 상승으로 50년 내 동북아시아와 일본 상당 부분이 러브버그가 살 수 있는 지역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러브버그보다 앞서 서울을 뒤덮었던 대벌레의 대발생 역시 기온상승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종국 강원대 교수가 대벌레의 알 부화율과 온도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겨울철 온도가 높아질수록 알 부화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벌레의 기원이 열대지역인 만큼 낮은 온도에 취약한데, 평균 기온이 올라가 알 폐사율이 낮아지면서 많은 개체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데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러브버그를 화학적으로 방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무분별한 화학적 방제는 생태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천적까지 박멸해 오히려 개체 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970년대 러브버그로 골머리를 앓았던 미국도 화학적 방제 대신 낙엽 치우기, 물 뿌리기 등의 대응을 권고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러브버그가 익충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기존에 보이지 않던 종이고,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은 맞기 때문에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생태학적 습성을 정확히 파악해 맞춤 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