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과, 편견과 맞서 싸웠다···퇴임 소방관의 ‘빛나는 명찰’

사진·글 성동훈 기자
[금주의 B컷]불길과, 편견과 맞서 싸웠다···퇴임 소방관의 ‘빛나는 명찰’

“40년1개월의 공직생활 동안 대통령이 9번 바뀌었습니다.”

지난달 30일 여성 소방관 1기이자 전북소방청 최초 여성 지휘팀장인 정은애씨가 자신의 퇴임 축하 파티에서 담담히 말했다. 서울 이태원의 한 레즈비언바에서 열린 이날 파티에는 소방관·친구 등 40여명이 참석해 정씨를 축하했다. 트랜스젠더 아들 한결씨도 어머니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정씨는 화염을 넘나들며 생명을 구해낸 영웅이자 성소수자로 살고 있는 아들의 삶을 받쳐준 든든한 조력자로 살아왔다. 그는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문제로 분투했고 동료들의 죽음에 목소리를 내왔다. 또한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나비’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퀴어 당사자들과 ‘앨라이(성소수자와 연대하는 사람)’는 정씨를 ‘모두의 어머니’라고 불렀다.

“‘성소수자 친화적’이고 ‘소방관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이해하는 상담사 및 인권교육가가 되는 것이 다음 목표”라 밝힌 정씨는 시인 보르헤스의 시 ‘순간들’의 한 소절을 읊으며 지난 삶에 대한 소회를 대신했다. 불길을 헤치며 치열하게 살아온 40년, 그의 정복에 달린 명찰이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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