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파산 야기한 ‘캄코사태’, 대법 “피해 회복 돼 78억원 추징 안돼”

유선희 기자
대법원 전경. 한수빈 기자

대법원 전경. 한수빈 기자

횡령을 저질렀어도 피고인이 범죄 피해에 대해 원래 상태와 같이 피해액 상당을 반환하거나 배상한 경우 추징을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특정경제범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월드시티 대표 이모씨에게 징역 4년의 실형과 78억1200만원 추징을 선고한 원심에서 추징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나머지는 상고 기각했다고 9일 밝혔다.

이씨가 대표로 있는 월드시티는 2005년 부산저축은행 그룹에서 2369억원을 대출받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캄코시티 사업’을 추진했다. 캄코시티는 ‘캄보디아’와 ‘코리아’에서 한 글자씩을 딴 신도시 계획으로, 월드시티가 시행사를 맡았다. 국내에 랜드마크월드와이드(LMW)라는 법인을 두고 캄보디아엔 현지법인 월드시티를 통해 사업을 시행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사업은 2012년 부산저축은행이 무리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로 파산하며 중단됐다. 캄코시티에 묶여 있는 돈은 원금과 지연이자를 더해 6700억원 규모로, 예금보험공사가 채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보험공사는 이 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자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 수사결과 이씨는 2017년 9~11월에 걸쳐 업무상 보관 중이던 A해외법인 자금 600만 달러(약 78억원)를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캄보디아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 2019년 11월 국내로 송환됐다. 이듬해 7월 검찰은 이씨를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이씨가 용역비 명목으로 600만 달러 상당의 회사 자금을 임의로 유용하고(횡령), LMW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 등을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심에선 징역 4년으로 형이 상향되면서 추징명령도 함께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내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귀국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A법인의 자금이 그대로 보관된 것처럼 외관을 꾸며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씨 변호인이 상고이유서에서 첨부한 계좌 거래내역서를 통해 A법인에 600만 달러가 실제 입금됐음을 확인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횡령죄 성립은 인정하면서도 추징금에 대해선 “600만 달러를 입금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가 입은 재산상 피해 범죄 이전의 상태로 회복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부패재산몰수법은 몰수·추징 요건으로 ‘범죄 피해자가 그 재산에 관해 범인에 대한 재산반환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없는 등 피해 회복이 심히 곤란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법률 조항에서도 알 수 있듯 몰수·추징 제도는 특정 범죄행위로 피해자가 입은 재산상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제도”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우려처럼 이씨가 만약 계좌에 입금돼 있는 600만 달러를 임의로 인출해 사용한다면 새로운 횡령죄가 성립할 텐데, 그 가능성에 관해 검사가 증거에 의해 증명하지 않는 이상 추상적인 가능성을 전제로 몰수·추징 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추징이 위법해 파기하고 검사와 이씨의 나머지 상고는 기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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