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노조 민주노총 탈퇴 종용’ 허영인 SPC회장 측 보석 석방 호소하며 “상황 챙긴 건 인정”

유선희 기자

허 회장 “처음 경험하는 복수노조 체제 적응 못해”

검찰, 허 회장의 증거 인멸·진술 번복 개입 우려

허영인 SPC 회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허영인 SPC 회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노조를 탈퇴할 것을 지시·강요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허영인 SPC 회장 측이 9일 보석을 요청하면서 “탈퇴 종용 상황을 챙긴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허 회장 측이 혐의 일부를 인정하는 취지로 발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조승우)는 이날 허 회장에 대한 보석 심문을 열었다. 부당노동행위 혐의 재판에선 하늘색 줄무늬 수의복을 입고 나왔던 허 회장은 이날 양복을 입었다. 그는 “처음 경험하는 복수노조 체제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소수노조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신경을 쓰면서 노사관계가 건전하게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허 회장 측 변호인단은 “허 회장도 황재복 SPC 대표이사를 통해 파리바게뜨 지회 상황을 들은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탈퇴 종용과 관련해 황 대표이사는 법정에서 “허 회장의 지시에 따라 탈퇴를 종용했다”고 진술했고, 허 회장 측은 “종용이 아닌 설득과 권유였다”고 반박해왔다. 허 회장 측의 이날 발언은 탈퇴 종용 혐의를 일부 인정하는 취지의 입장을 처음 밝힌 것이다. 허 회장 측 변호인단은 “탈퇴 종용 관련 진행 상황을 챙긴 것을 인정한 만큼 큰 흐름에서 이제 차이가 없게 됐다”며 “허 회장이 황 대표이사에게 어떤 진술을 부탁할 아무런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여전히 허 회장이 증거인멸과 진술 번복 개입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검찰 측은 “오늘 허 회장이 황 대표이사를 통해 사안을 챙겼다는 부분은 인정한 것 같지만, 그것 이외에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혐의를 부인하는 태도는 변화가 없다”며 “허 회장이 범행 일체를 부인하며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지금도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 피고인을 비롯한 사건 관계인 다수가 SPC 그룹에 재직 중이어서 허 회장의 지휘 아래 있다”며 “허 회장의 보석이 허가되면 사실을 있는 그대로 증언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허 회장 측이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항변한 것에 대해서도 그의 변호인단 접견 내역을 일일이 공개하며 “허 회장이 체포된 이후 지난달 20일까지 변호인만 총 133회 접견을 했다”며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접견을 하는 등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하고 있고 석방된 상태에서 변론 활동이 이뤄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허 회장 측은 지난 공판에 이어 이날도 심장 부정맥, 공황장애 등을 앓고 있는 점을 언급했다. 변호인은 “기록적으로 무더운 6월을 지나고 무더위를 다시 앞두고 있다”며 “허 회장은 불면증과 무더위로 잠을 잘 자지 못하는데, 불면증이 악화하면 부정맥 증상은 더 악화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허 회장 측의 주장을 모두 검토한 뒤 조만간 보석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허 회장보다 사흘 먼저 보석 신청서를 낸 황 대표이사도 지난 4일 열린 보석심문에서 “대장염으로 현재 통원치료를 하고 있는데 좀 더 빠르고 세밀한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며 석방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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