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를 지속해서 사용할 경우 2050년대 한반도 산림지역의 평균기온이 2.2도 상승한다는 정부 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이 경우 남한에는 더이상 가문비나무와 눈잣나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사라지고, 산불 발생위험도는 13.5% 이상, 산사태 피해 면적은 2.4배 늘어날 것으로 에상된다.
9일 국립산림과학원의 ‘제1차 산림·임업분야 기후변화 영향평가 종합보고서’를 보면, 한국 산림지역의 평균 온도는 2050년대에 최대 2.2도 올라 14.1도를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가 정한 온실가스 감축경로 시나리오인 공통사회경제경로(SSP,Shared Socioeconomic Pathway)를 이용한 분석으로, 화석연료를 지속 사용한 도시 위주의 개발이 이어진 상황을 가정했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산림 기온은 계속 상승해 2060년대 15.2도, 2070년대 15.9도, 2080년대, 16.9도, 2090년대엔 17.7도까지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전국 평균기온인 11.9도보다 5.8도 상승한 수치다. 재생에너지 기술의 발달로 화석연료를 최소화한 상황을 가정하면 2050년대까지 0.7도, 2090년대까지 1.4도 상승해 기온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온도 상승에 비례해 산불의 위험도도 올라갔다. 산불위험의 심각성을 수치화한 산불 발생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1971~2000년 평균 산림 기온보다 1.5도 상승 시 위험도가 8.6%, 2도 상승 시 13.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은 습도와 기온에 영향을 받는데, 산림 기온이 올라갈수록 습도는 줄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산불 발생이 급증하고, 산불이 나면 기후변화가 더 심화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산사태 피해 역시 늘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대에 들어서면 에너지 전환과 관계없이 모든 시나리오에서 현재의 2배가 넘는 산사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강수량은 증가하지만 강수일수는 감소하는 집중호우가 늘어나는 경향이 커지면서 이미 산사태 피해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적었다.
연구진은 이 외에도 산림 기온상승으로 산림 병해충이 증가하고,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며, 유출량이 증가해 물 부족 및 가뭄·홍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특히 2050년대 침엽수림이 차지하는 면적 비율이 28.5%까지 낮아지고, 눈잣나무, 가문비나무 등이 쇠퇴해 절멸 수준까지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먹고 사는 것에도 영향을 미쳐 약용자원인 참당귀 서식적지 평균고도가 현재 671m에서 1000m로 높아지고, 늦겨울 기온에 민감한 고로쇠 수액의 출수 시작일도 지금보다 열흘 가량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산림은 탄소흡수원인 동시에 기후변화 영향에 노출돼 적응이 필요한 생태계”라면서 “산림의 식물, 동물, 토양 등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음으로써 산림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이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과학적인 정보에 기반한 기후변화 적응 조치의 발굴과 적용이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