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곽호신 암센터 비대위원장 “‘이러다 사고 치겠다’ 할 정도로 업무강도 높다”

이혜인 기자

“수술을 하고 있는데, 제가 일주일 전에 수술했던 환자 숨이 차다고 병실에서 연락이 와요. 수술 환자를 지혈하고 바로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인데, 밖에는 의사가 없어요. 이런 상황을 전문의들이 계속 겪으면서, 신규환자 진료 축소라는 결정까지 내리게 됐습니다.”

곽호신 국립암센터 전문의 비상대책위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신규 환자 진료 축소를 결정한 것에 대해 10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환자들에게는 너무 미안하지만, 기존 환자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립암센터는 전공의들이 현장에 거의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높은 병상 가동률을 유지하며 정상진료를 유지해왔는데, 다섯 달째 계속되는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업무 과부하를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지난 2월 19~20일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의료현장을 이탈하면서, 국립암센터 전공의 78명 중 74명이 현장을 떠났다. 최근에 2명이 돌아와 6명만이 근무 중이다. 곽 위원장은 “PA(진료보조) 간호사가 있어도 기본적으로 의사들이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어 다 커버할 수 없다”고 말했다. “PA 간호사들이 코줄이나 소변줄을 끼는 업무같은 것은 해줄 수 있지만, 척수 천자(척수의 요추 부위에 바늘 삽입해 실시하는 진단 검사)라거나 동맥혈 채취같은 것들은 할 수도 없고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런 기본적인 업무들을 해내기 위해서 전문의들은 다섯 달째 평균 주 70시간 근무, 6번 야간 당직이라는 업무량을 소화해왔다.

국립암센터 전문의 비상대책위원회가 병원 내에 의사들의 의견을 담아 입간판을 설치했다. 곽호신 비대위원장(사진 오른쪽 첫 번째)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립암센터 전문의 비상대책위원회가 병원 내에 의사들의 의견을 담아 입간판을 설치했다. 곽호신 비대위원장(사진 오른쪽 첫 번째)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곽 위원장은 최근 들어서 업무량을 감당할 수 없는 정도를 넘어서 “‘이러다 우리 사고 치겠다’고 할 정도로 불안해져 진료축소까지 공감대가 모아졌다”고 했다. 전문의들은 동시에 여러 환자를 봐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는 “국립암센터에는 그냥 암검진하는 환자들이 아니라, 고난이도 암수술이나 항암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가 온다”며 “매번 환자를 직접 보고 오더(처방)도 정밀하게 내려야 하는데, 이런 데서 실수를 할 것 같은 조짐이 느껴졌다”고 했다. 또 “간호사들에게 환자 가슴사진을 찍고, 수치를 측정해서 달라고 해도 직접 보지 않으면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가 없다”며 “의사들은 전공의라도 청진 한 번 해보면 딱 알 수 있는 상황인데, 의사가 현장에 없다”고 했다.

곽 위원장은 “당직을 커버하기 위해서 당직 전담의를 채용하지만, 그분들이 항상 현장을 지키는 전공의 역할을 온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중환자를 살펴야 하는 외과 중환자실과 내과계는 지원자 자체가 부족하다. 신경외과의 경우 지난 달까지 지원자가 없어서 이달 들어서 겨우 당직 전담의를 채용했다. 곽 위원장은 “나이가 많은 교수님들은 당직을 특히 힘들어해서, 제발 당직만 빼주면 환자 많이 보는 건 어떻게든 하겠다고 부탁까지 하실 정도다”고 토로했다.

곽 위원장은 정부가 상황을 더 심각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공의들을 복귀시키는 것이 가장 좋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며 “9월에 수련을 재개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해도 필수의료과의 경우 10~30% 정도 조용히 수련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곽 위원장은 “정부에서 지원을 해줄 테니 부족한 전공의만큼 전문의를 충분히 채용하고, 정상진료를 유지하라는 식의 구체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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